오피니언 사설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가 동반성장 근본해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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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부가 어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스스로 “전 조직이 역량을 다해 만든 대책”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 내용이 전방위적이다. 1조원의 동반성장기금 조성, 과거 폐지된 중소기업고유업종제를 닮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지정제 신설, 중기(中企)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 부여,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를 위한 소매업 거래 공정화법 제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꼽을 수 있다. 시장경제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담을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다 포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물론 대·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은 아주 중요한 과제다. 대통령이 어제 지적했듯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너 아니라도 할 데가 많다’는 일방적 관계”와 같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도 큰 문제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대·중소기업의 양극화를 방치할 경우 한국 경제의 앞날도 매우 어둡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이 목적을 보다 근본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다. 민간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양극화의 심화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 점에 비춰보면 이번 대책은 상당히 아쉽다.

우선 과잉규제로 생각되는 방안들이 몇 개 눈에 띈다. 중기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을 준 건 정부 스스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제3자가 거래질서에 개입하는 것은 원칙 위반”이라고 밝혔으니 더이상 재론할 것도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대규모 소매업 거래 공정화법, 동반성장기금의 조성 등도 과잉규제적 성격이 짙다. 민간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훼손하면 그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 당국이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걱정된다.

또 대기업을 규제한다고 동반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는 건 지난 정권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그렇다면 동반성장의 근본 방향을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 쪽으로 확 틀고, 관련 대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예컨대 중소기업의 중견기업화와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제도나 하청업체에서 독립형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처럼 동반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나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