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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중국 지안 고구려 벽화 도굴 김종춘 고미술협회장이 돈 주고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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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00년 도굴당한 장천1호분의 생활풍속도. 장천 1호분에선 가무 관람도와 예불도 등이, 삼실총에선 행렬도와 주작도 등이 도굴됐다. [MBC 제공]

10년 전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에서 도굴당한 고구려 고분 벽화에 김종춘 고미술협회장이 연루됐다고 MBC ‘PD수첩’이 28일 밤 방송된 ‘사라진 고구려 벽화’ 편에서 주장했다.

제작진은 “고구려 고분 벽화의 행방을 찾던 중 판결문에서 한국인이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취재를 통해 도굴범에게 돈을 건네고 벽화를 건네 받은 사람은 김종춘 고미술협회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을 방문해 도굴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고미술협회 이사 겸 감정위원인 이모씨가 실제 도굴범에게 돈을 건넨 사람으로 김 회장을 지목했다는 것이다.

‘PD수첩’은 김 회장이 55만 위안(당시 한화로 약 8500만원)을 건네고 도굴을 지시해 벽화를 손에 넣었다고 보도했다. 지안의 삼실총과 장천1호분 벽화는 2000년 도굴당한 바 있다. 도굴범들은 전기톱으로 벽화를 조각조각 나눈 뒤 벽지를 뜯어내듯 벽화를 도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도굴에 연루된 조선족 4명이 사형 판결을 받았으나 벽화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방송은 도굴사건 이후 김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원에 벽화를 구매하라는 제안을 받은 사람들의 증언도 내보냈다. 결론적으로 김 회장이 중국에서 도굴한 벽화를 한국으로 들여왔다는 것이다. ‘PD수첩’ 박건식 PD는 “김 회장이 나중에는 ‘(고구려 벽화를 가지고 온 건) 애국하는 일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며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도굴해 가지고 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방송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고미술협회는 이날 자료를 내고 “김종춘 회장은 고구려 벽화 도굴사건과는 전혀 관련 없지만 우리 문화재를 우리나라에 가져와야 한다는 차원에서 ‘만약에 고구려 벽화가 있다면 사겠다. 가져와 달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PD수첩의 주장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적 대응방안을 밝히고, 방송 내용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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