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신고만 하면 집회·시위…허광태 시의장이 조례 공포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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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의회가 신고만으로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는 내용의 조례를 27일 공포했다. 허광태(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날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광장을 열린광장, 시민광장으로 돌리라는 천만 시민의 명령에 따라 의장 직권으로 서울광장 조례를 공포한다”고 말했다. 조례는 공포 즉시 효력을 발생한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민주당·오른쪽)과 김명수 시의회 운영위원장(민주당)이 27일 시의회 앞 게시판에 ‘서울광장 조례’ 공고문을 붙이고 있다. [조문규 기자]

우선 신고 집회에 대한 심의 내용을 규정하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관련 조례’안이 시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위원회 조례안은 시의회 임시회가 열리는 다음 달 5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시장과 시의장이 임명할 수 있는 위원 수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 기존의 허가제하에서 예약된 행사도 줄지어 있다. 유길준 서울시 총무과장은 “허가제가 광장 사용 60~7일 전에 사용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11월 말까지는 문화행사 계획이 대부분 잡혀 있다”며 “12월에는 스케이트장 설치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분간 시위나 집회는 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또 “의장이 조례를 공포한 후 추가로 신청이 들어온 시위 행사는 없었고 시민단체의 문의 전화도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달 말 대법원에 서울광장조례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명수(민주당)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시가 소를 제기하면 의회에서도 법률단을 구성해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광장조례는 지난달 13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으나 오세훈 시장은 “공원 등 공공재산 사용은 허가제를 원칙으로 하는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시의회에 조례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이에 시의회는 “시의회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등의 이유로 오 시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지난 10일 재의결했으며, 서울시가 조례를 공포하지 않아 공포권이 시의회로 넘어갔다.

글=박태희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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