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은 2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벌어진 ‘2010 추석장사씨름대회’ 백두급 결승(무제한급·5전3선승제)에서 이슬기(23·현대삼호중공업)를 3-0으로 물리치고 황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6월 문경대회에서 개인 통산 19번째 백두장사 꽃가마에 올라 이만기 KBS해설위원이 갖고 있던 최다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던 이태현은 최다승 기록을 ‘20’으로 늘렸다. 또 이태현은 올해 출전한 네 차례 대회 중 청양장사대회를 제외한 설날장사·문경장사·추석장사 등 3개 대회에서 백두장사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구미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샅바를 잡은 이태현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이태현은 단판 승부인 16강전에서 강재봉(구미시청)을 배지기로 제압했다. 이어 이태현(몸무게 140㎏)은 8강전에서 2008년 천하장사 윤정수(현대삼호·165㎏)를 계체(무승부일 경우 몸무게 적은 선수가 승) 끝에 2-0으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서수일(증평군청)을 2-0으로 제압했다. 결승 상대는 화려한 기술씨름을 펼쳐 ‘제2의 이만기’라 불리는 이슬기. 하지만 이슬기의 기술은 이태현의 노련미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번개 같은 배지기로 첫 판을 따내 기선을 제압한 이태현은 유연하게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계체(이슬기 144㎏)로 둘째 판을 가져오며 승리를 예약했다. 셋째 판에서 다급해진 이슬기가 성급하게 공격을 시도하자 이태현은 밀어치기로 상대를 쓰러뜨린 뒤 포효했다.
시상식 후 이태현은 꽃가마에 오르지 않고 대신 김종화 구미시청 감독을 태웠다. 김 감독은 구미초등학교 시절 이태현에게 씨름을 알려준 첫 스승이자 종합격투기에서 방황하던 이태현을 씨름판으로 복귀시켜준 은인이다.
김종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