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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9~10월엔 '송이 전쟁' … 오리건주 최대 산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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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호 20면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오리건주. 9~10월이면 이곳에선 ‘송이 전쟁’이 벌어진다. 미국에서 송이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다. 송이 시즌이면 오리건주 국유림에는 1000여 명이 캠핑을 하며 송이를 딴다고 한다. 주로 베트남계와 캄보디아계다. 한인들이 잘못 끼어들었다간 총 맞기 십상이란다. 송이가 돈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송이를 거들떠보는 이들이 없었지만 일본 수출용으로 송이가 인기를 끌면서 값이 올랐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싸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송이는 파운드당 40~50달러(㎏당 90~110달러) 선이었다. 2008년에는 신세계백화점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오리건주에서 딴 자연 송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판매 가격은 국내산의 40% 수준인 ㎏당 15만원이었다.

한국 송이 vs 외국 송이

송이는 한국·일본·중국에서만 나는 게 아니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비롯해 유럽 등에서도 난다. 송이의 학명은 트리콜로마 마쓰다케(Tricholoma matsutake)다. 트리콜로마(Tricholoma)는 ‘가장자리 털, 섬유상의’란 뜻이고 마쓰다케(matsutake)는 일본어로 ‘소나무버섯(송이)’을 뜻한다. 20년 이상 된 소나무가 있고 배수가 잘되면서 유기물이 쌓여 있는 곳이라면 송이가 자랄 수 있다.

버섯은 일종의 곰팡이다. 그래서 적당히 자른 나무에 버섯균을 심어주면 버섯을 키울 수 있다. 표고버섯이나 느타리버섯은 이렇게 재배한다. 그런데 송이는 다르다. 송이는 소나무 뿌리 끝부분인 세근(細根)에 붙어사는 외생균(外生菌, 뿌리와 공생관계를 형성하는 균)이다. 소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받으며 땅속 무기 양분을 흡수해, 이 일부를 소나무에 공급한다. 소나무와 함께 자란다는 얘기다. 땅속 송이균은 소나무의 뿌리에 따라 이동하므로 송이가 나는 장소는 매년 조금씩 퍼져나간다.

인공으로 재배하려면 살아있는 소나무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재배가 어렵다.조선시대에는 송이가 전국 소나무 숲에서 나왔다. 1970년대 초반까지도 경기도(가평·광주), 충남(예산), 전남(담양·함평·화순 등)에서도 송이 수매가 이뤄졌다. 그러나 송이가 나오던 야산을 개발해 농경지로 만들거나 소나무 숲이 다른 나무가 많은 숲으로 바뀌게 되면서 이곳에서는 더 이상 송이가 안 나온다. 최근 송이가 나는 곳은 경상북도 울진·봉화·영덕과 강원도 양양 정도다. 모두 태백산맥이나 소백산맥 줄기다. 북한도 평안도 지역보다는 함경도 지역에서 송이가 난다. 보통 9월 하순부터 10월 초순에 송이 채취가 절정에 이른다.

일본 송이는 주로 히로시마현·이와테현·나가노현·오카야마현 등에서 난다. 53년에는 6500t 가까이 나올 정도였지만 일본 역시 소나무 숲이 벌채·병충해 등으로 손실되면서 생산량이 줄었다. 2002년에는 52t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연간 수천t에 이르는 일본의 송이 수요는 주로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에서는 과거 지린(吉林)성·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많이 채취됐지만 지금은 윈난(雲南)성·쓰촨(四川)성이 중심이다. 특히 쓰촨성 서부의 동티베트 고원의 송이는 DNA 검사 결과 한국산 송이와 다를 바 없다고 판명됐다. 그러나 교통사정이 나빠 생송이의 수출은 어렵다. 염장품이나 냉동품 용으로 채취되는데 돈이 되기 때문에 갓이 피기 전인 작은 것도 모조리 따 버린다. 작은 송이는 일본 편의점의 송이밥 용으로 쓰인다. 동티베트 고원의 송이 자원은 벌써 씨가 마를 정도라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나는 송이는 국내 송이와 형태나 유전적 성격이 다르다. 미국은 오리건주·워싱턴주·아이다호주 등에서, 캐나다는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와 동부 퀘벡주 몬트리올 일대에서 채취돼 일본으로 수출된다. 유럽·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나는 송이는 국내 송이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향과 특성이 비슷하다. 유럽인들은 특유의 송이향을 싫어해 대부분을 일본으로 수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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