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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센은 누구도 카피할 수 없다,주얼리·인테리어 분야도 진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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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호 02면

크리스티안 쿠르츠케 마이센 대표(왼쪽)와 지민 아트의 승지민 대표

마이센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안 쿠르츠케(41)는 한시도 가만있질 않았다. 수시로 비서를 시켜 다양한 소개책자와 자료를 가져오게 했다. 취임 이후 출시한 신제품을 설명할 때는 직접 전시현장으로 안내했다. 300년간 생산된 전 제품의 사진과 이미지가 저장된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다 수시로 펼쳐 보였다. 5개 국어가 유창한 그는 취임 후 튀는 헤어스타일과 복장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적극적인 공격경영에 힘입어 지금은 자신감 넘치는 40대 CEO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국내의 대표적인 포슬린 페인팅 아카데미 지민아트(www.jeaminart.com)의 승지민(44) 대표가 진행했다. 지민아트 소속 회원 10여 명을 인솔하고 마이센 포슬린 페인팅 세미나에 참석 중이었다. 승 대표는 2년마다 이곳을 찾아 새로운 기법을 전수받고 있다. 쿠르츠케 대표는 지난 3월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마이센 창립 300주년 기념전에서 포슬린 페인팅 시연회를 했던 승 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마이센의 40대 CEO 크리스티안 쿠르츠케

-마이센 소유주인 작센주 정부가 40대 컨설턴트를 CEO로 전격 발탁한 이유는.
“지금까지 300년을 생존해 왔듯 앞으로 300년 앞을 내다보고 한 결정이었다. 마이센은 몇 년 전부터 성장동력이 떨어졌다. 이곳에 오기 전엔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나를 스카우트한 건 경영 혁신과 조직 개혁이 절실하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취임한 지 1년9개월가량 지났다. 개혁은 성공적인가.
“마이센의 첫인상은 수도원 같다는 것이다. 수백 년간 지켜져 온 여기만의 시간이 있다. 페인터들의 작업은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그건 유지한다. 하지만 판매나 유통, 홍보 분야는 지금보다 빨리 돌아가야 한다. 마치 포르셰처럼. 그래서 인터넷 상점을 개설했다. 20여 명을 전화주문종합센터에 배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주문도 원스톱 서비스하고 있다.”

-판매 전략의 핵심은.
“마구잡이로 찍어 내지 않고 매년 1~10개씩 한정 생산하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사려면 몇 년씩 기다려야 한다. 30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 경매에 부친 ‘크로노스 300’이라는 시계 작품(왼쪽 큰사진)은 경매 시작 7분 만에 10대가 모두 팔렸다. 개당 10만 유로(약 1억5000만원)였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13만 유로로 올랐다. 올해는 특별히 300주년을 맞아 역대 명작 중 300점을 뽑아 한정 생산한다. 관련 책자도 300권만 한정판으로 제작해 특별고객들에게만 증정하고 있다.”

-역대 최고가 작품은 뭔가.
“요한 켄들러의 1730년 작인 실물 크기의 왜가리 한 쌍이다. 2005년 파리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560만 유로(당시 환율로 112억원)에 팔렸다. 우리 도자기는 금이나 부동산, 주식에 버금가는 투자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는 주얼리와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마이센은 왕실에 납품하는 주얼리도 제작했다. 티파니 같은 보석회사가 존재하지도 않을 때였다. 마이센의 독창적 디자인이 들어간 샤넬 옷 단추, 몽블랑 펜이 이미 출시되고 있다.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 진출은 옛 작센 왕국 수도인 드레스덴의 왕궁 벽면 타일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100여m 길이의 벽에 2만5000개의 마이센 타일로 만든 그림이다. 수백 년간 눈이 오고 비바람이 쳤지만 흠집이나 깨진 게 하나도 없다. 마이센 성공 스토리의 핵심은 이처럼 고난도의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즉 건축공학의 힘이다. 산업혁명으로 모든 게 자동화되고 전통이 없어졌지만 마이센은 장인들의 손에서 손으로 그걸 지켜왔다. 아무도 우릴 카피할 수 없다.”

-세계의 저명한 아티스트들과 공동 작업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올해 5월 ‘마이센 아트 캠퍼스’라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1920년대 마이센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경영인 막스 아돌프 파이퍼가 했던 걸 벤치마킹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마이센으로 초빙,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1년까지 마이센이 쓸 그림이나 조각, 건축설계를 맡겼다. 이란의 화가인 로크니와 라민 하에리자데 형제, 독일의 오토 피네 등 40여 명의 작가와 계약을 맺었다. 이들의 작품은 마이센 도자기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통로가 될 것이다.”

-마이센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내 임무는 독일 마이센의 문화적 전통을 보존하면서 제품을 끊임없이 현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이센을 까르띠에·불가리·헤르메스 같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만드는 거고 그렇게 될 것이다. 또 ‘아트 캠퍼스’는 현대 미술의 메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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