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재앙 그 후…] 이재민촌 아이들 매일 눈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 반무엉 이재민촌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벤자완 묵(3).이재민촌 입구를 멍하니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애처롭다.

태국 까오락의 반무엉 이재민촌. 벤자완 묵(3.여)은 한 태국 민간아동봉사단체가 이곳에 설치한 간이 놀이방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하루종일 무표정하게 그림책만 만지작거리다 놀이방 밖으로 나오곤 한다. 그러고는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인 천막 앞에서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아빠 올 때가 됐어요. 집에서 자거든요." 지난 4일 기자를 만난 벤자완은 아직 아버지가 살아 있는 줄 알고 있었다.

쓰나미가 집을 덮칠 때 벤자완은 엄마(깐야완.23)가 일하는 주유소에 있었다. 다행히 주유소는 해변에서 꽤 떨어져 있어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밤 늦게까지 관광상품을 팔다 들어와 곤하게 자고 있던 벤자완의 아버지는 쓰나미가 집을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놀이방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잔디라하(27)는 "쓰나미 사태 한달여가 지났지만 지금까지 벤자완은 '아빠가 데리러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벤자완은 쓰나미 사태 뒤 엄마와 함께 싸늘한 시신의 아버지를 봤다. 폐허 속을 뒤진 지 사흘 만이었다. 하지만 벤자완은 바닷물에 시신이 불은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벤자완은 아빠 얘기만 나오면 울음부터 터뜨린다. 엄마는 어떻게 하든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직도 주유소에 나간다. 벤자완은 그런 엄마에게 "집으로 가자"고 조르기 일쑤다.

기자가 방문한 반무엉과 사니사라 이재민촌에는 어린이가 400여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부모를 모두 잃은 어린이는 300여명. 이재민촌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들의 진로는 거의 정해져 있다. 여자 아이들은 사회복지시설로, 남자들은 거의 승려의 길을 간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