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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료, 세계와 어깨 나란히 … “한국은 의료 선진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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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수준과 치료 성적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 해외 환자들의 한국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의료서비스 선진국일까. 최근의 관련 통계들과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그렇다. 약 20년 전만 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환자들은 암·심장병 등 난치병을 치료받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선진국의 병원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180도 변했다. 해외 유수 의료기관에 뒤지지 않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실력에 가격(치료비) 경쟁력까지 갖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는 해외 환자들도 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안방에서 세계적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암 치료 분야는 이미 세계적 수준

한국 의료서비스의 높아진 위상은 외국 손님(?)들이 대변해 준다. 보건복지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6만 여명이다. 2008년 2만7000여 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쓰고 간 돈은 547억원이다. 심장·암·척추·성형 등 다양한 진료에 지갑을 열었다. 1억원 이상을 쓴 환자가 10명이며, 5000만~1억원 미만 25명, 1000만~5000만원 미만은 607명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의 국적은 의료 선진국인 미국이 약 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 30%, 중국 11%, 러시아 4%, 중동 2% 순이었다. 한국이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 등을 제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의료 관광지로 발전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나오고 있다.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료기관들의 ‘쌍끌이’ 투자 덕분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국내 의료기관은 1990년대부터 첨단 의료장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최근엔 JCI 인증 등을 통해 의료의 질을 높여 선진국에 버금가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산업 기술경쟁력은 미국의 76%, 일본의 85%, 유럽의 87% 수준에 올라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산업팀 이윤태 팀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경쟁력은 2004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서비스의 발전상을 압축해 보여주는 분야가 ‘암’이다. 암은 국내 사암 원인 1위다.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서구식 생활습관으로 환자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환자의 치료 결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우수한 의료진에 MRI(자기공명영상촬영)·CT(컴퓨터단층촬영) 등 첨단 영상진단장비와 로봇수술 등 최신 장비가 따라야 한다. 특히 일부 대형 병원들이 암센터를 열며 이 분야에 집중한 것도 큰 몫을 했다.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 대기 시간이 단축됐다. 외과·내과·방사선의학과·재활의학과·정신과 등의 통합진료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도 찾고 있다.

2008년 1월 개원한 삼성서울병원 암센터는 원스톱 서비스, 협진시스템 구축, 암환자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계 유수의 암센터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 같은 병원들의 노력은 국내 암 치료 성적표에 잘 나타나 있다. ‘2009 국가 암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발병 1위인 위암의 2003~2007년 5년 생존율은 61.2%로 미국(1999~2005년)의 25.7%보다 월등히 높다. 전립선암을 제외하곤 주요 9대 암의 생존율이 모두 미국보다 앞선다.

전문분야 특화로 세계 Dr.도 가르쳐

국내 의료기관의 경쟁력은 ‘선택과 집중’에서 나온다.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10여 년 전부터 전문분야를 특화해 전문성을 갖췄다”며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화를 통해 지방병원의 열세를 극복하는가 하면 세계 의사들을 교육하는 리더 역할도 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2004년 개원 당시부터 암 진료를 특화해 서울 대형병원에 버금가는 치료 결과를 얻고 있다. 이 병원은 광주·전남 지역 암 환자의 약 70%를 맡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국내 유일의 심장혈관병원으로 인정받은 세종병원은 해외에도 입소문이 나 외국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등 해외 의료기관의 경영 컨설팅도 하고 있다.

척추전문 윌스기념병원은 2007년 세계적인 의료기기 회사인 존슨앤존슨메디컬 등으로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척추수술 트레이닝센터와 척추연구센터로 지정받았다. 중국·대만·이란·인도 등 아시아와 남미지역에서 수십 명의 의사들이 병원을 찾는다. 입소문 탓일까 이 병원의 해외환자는 최근 3배 이상 늘었다.

시속 300㎞ 이상의 속도를 내는 최고급 스포츠카라도 운전기사와 정비사의 기술이 부족하면 경차와 다를 바 없다. 현대식 장비로 무장한 의료기관들은 질 관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인증을 받고 있는 것이다.

JCI는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적인 의료기관평가 기구다. JCI 인증을 받으려면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약 1200개 항목을 통과해야 한다. JCI 인증 병원은 국제적인 진료 수준을 인정받은 것이어서 환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세계 42개국 320여 개 병원만이 JCI 인증 획득에 성공했다.

한국에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2007년 국내 의료기관으로선 처음으로 JCI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재인증을 획득했다. 세브란스병원은 JCI 인증으로 대외 신뢰도가 높아져 덕분에 지난해 해외환자 약 2만7000명이 찾았다. 국내 의료기관 중 해외환자가 가장 많다.

현재 국내 병원 중 JCI 인증을 받은 곳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화순전남대병원 등 총 6곳이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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