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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도 원전 수출 길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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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6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왼쪽)과 훌리오 데 비도 아르헨티나 기획부 장관이 ‘한국-아르헨티나 원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원자력 강국’을 향해 한 걸음 더 전진하게 됐다. 이번엔 아르헨티나다. 우리가 요청하기도 전에 아르헨티나가 먼저 한국형 원전 수입과 관련한 협상을 요청해 온 것이다. 또 그동안 자립을 이루지 못했던 3대 원전 핵심 기술 가운데 한 가지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훌리오 데 비도 아르헨티나 기획부 장관은 16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양국 정부 간 원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는 아르헨티나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원전 건설과 현재 운영 중인 중수로 원전의 수명 연장 사업에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참여 방안을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아르헨티나 원자력공사와 원자력위원회는 다음 달 기술팀을 한국에 파견에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2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된 한 기의 원전 건설을 최근 재개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11월 새 원전을 짓는 방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아르헨티나는 새 원전의 모델로 한국형 표준 모델인 ‘OPR1000’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원전의 공식 발주는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진다.

지경부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새 원전 모델 선정을 위해 이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아레바 등과 접촉했다. 데 비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이뤄질 새 원전 발주는 공개입찰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지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을 성사시킨 이후 아르헨티나가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서는 한국형 모델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UAE에 수출하는 신형 모델인 APR1400의 건설단가는 ㎾당 2300달러로 미국(3582달러)·프랑스(2900달러)·러시아(3050달러)보다 저렴하다. 또 아르헨티나 정부가 1984년부터 가동돼 수명이 거의 다된 엠발세 원전(2호기)의 수명 연장 공사에 한전과 한수원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여서 두 공사가 한 묶음으로 발주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수원은 엠발세 원전과 가동시점·노형·용량 등이 거의 비슷한 월성 1호기에 대한 수명 연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지경부는 이날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두산중공업·포스코ICT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의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MMIS는 원전의 두뇌와 신경망에 해당하는 시스템으로, 컴퓨터를 통해 원전의 운전·제어·감시·계측·안전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이 기술은 원전설계 핵심 코드, 냉각펌프와 함께 한국이 자립하지 못한 3대 기술로 꼽혀 왔다.

2001년부터 863억원의 민관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MMIS는 해외 제품에 비해서도 안전성과 운전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원전의 노형이나 용량에 구애받지 않고 적용할 수 있어 국내 원전은 물론 해외 수출도 가능하다. 현재 건설 중인 신울진 1, 2호기에 처음 설치돼 4000억원가량의 수입 대체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는 2030년까지 국내외에 14조원어치의 MMIS를 설치 또는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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