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장진택의 디자인 읽기

현대 아반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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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하지만 한편에서는 현대차가 최근 내세우고 있는 강렬한 인상을 꼬집는다. 주로 전위적인 앞모습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나 부담감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곤충 룩(look)’이나 ‘삼엽충’ 등의 단어까지 쓰며 불편해 한다. 점잖은 분들도 이런 말을 한다. “어차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굴러다닐 차인데 그렇게 심하게 생길 필요가 있을까.” 도시 전체에 쏘나타와 투싼, 그리고 지난달 출시된 신형 아반떼(MD)처럼 ‘강한 얼굴’이 활보해 도시의 표정이 다소 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이런 의견도 있다. “현대차는 이미 수출을 더 많이 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다. 그래서 보수적인 디자인보다는 강렬한 디자인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잡아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고 그런 디자인으로는 존재 자체를 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수적인 디자인은 브랜드 가치를 어느 정도 쌓아둔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어울리는 전략이다.

 그래서 현재의 현대차 디자인을 지지한다. 그들의 디자인 실력과 노력 모두에 찬성한다. 지금은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를 부릴 때다.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 유체처럼 유연하게 흐르는 조각품 같은 형태)’도 좋다. ‘윈드 크래프트(Wind Craft; 바람에 날리는 자연의 형상)’도 나쁘지 않다. 남들보다 더 구부리고, 팽팽하게 잡아 늘이고, 손이 베일 듯 날카롭게 세우고, 물과 바람에 깎인 돌처럼 매끈해도 좋겠다. 그러면서도 품질을 놓지 않으니 더 크게 박수를 쳐줘야겠다. 마침 한국의 특출한 정보기술(IT)도 돋보인다. 첨단 전자 장비와 함께 화려한 계기판과 조명, 다재다능한 오디오는 듣고 보기에 두루 좋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렬한 인상은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쉽다. 지금 현대차는 독일 폴크스바겐처럼 정직하고 선한 얼굴을 찍어 내도 시원찮을 때다. 현대차는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독과점기업이란 오명을 들었다. 게다가 관용을 제대로 베풀지 못했다. 나라 경제는 팍팍한데 차 가격은 올렸다. 그러고도 옵션 장사를 또 했다. 나라 안에서는 소극적으로 리콜 조치를 취하면서 해외에서는 10년간 품질보증을 해줬다. 이런 것들에 성난 시민들은 현대차의 강렬한 얼굴을 받아들일 틈이 없다. 강렬하면서도 선한 디자인은 현대차에는 정녕 없는 것일까.

장진택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