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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심은 ‘흠 없는 리더십’ 원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의 민심은 ‘강력한 리더십’보다 ‘흠 없는 리더십’을 원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정치자금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 “구태 정치를 끝내고 ‘클린 정치’를 구현하자”는 구호로 거의 모든 언론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여론을 등에 업은 간 총리는 민심에 민감한 지방의회 의원, 당원 표에서 격차를 벌리고 열세였던 국회의원 표에서도 앞섰다. 앞으로 오자와의 움직임에 따라서 일본 정치권은 정계 재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민심이 간 총리 선택=승부는 국민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 당원·서포터 표에서 갈라졌다. 전체 300포인트 중 간은 83%인 249포인트를 획득했다. 여론이 이렇게 기울어진 상황에서 국회의원들도 자신 있게 오자와를 찍지 못했다.

◆간 정권 앞길은 가시밭길=간 총리는 임기 2년의 대표 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일단 당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롱런’은 미지수다. 당장 내년 3월께 예산안 통과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 패했지만 막강한 당내 기반을 보여 준 오자와파가 걸림돌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도 간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이들을 다독거려 같이 가지 않는 한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참의원 의석이 과반수에 미달하고 있다. 야당이 쉽사리 예산안을 통과시켜 줄 리 만무하다. 결국 예산 심의 막바지인 내년 봄 또 한번 큰 회오리가 불 수 있다. 중의원 해산 압박이 커지면서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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