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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이야기꾼 유홍준 미술 이야기 정리 나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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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계적인 미술사 시리즈 ‘펠리칸 히스토리 오브 아트’와 ‘월드 오브 아트’는 각 나라 미술사를 거의 망라하고 있지만 한국은 빠져있습니다. 왜냐, 텍스트가 없어서예요.”

유홍준(61·사진)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한국 미술사 개론서인 『한국 미술사 강의』(눌와) 첫 번째 권을 내놨다.

문화유산 답사 붐을 일으켰던 그가 미술사 통사를 쓰게 된 건 한국미술사 공부가 “맨땅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기분”이라는 학부 3학년생의 항의 때문이었다. “선생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같은 책은 나중에 쓰시고 ‘나의 한국 미술사 강의’를 쓰시면 안 됩니까?”

충격을 받은 그는 지난해 1년간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들 대신 자신이 발표자로 나섰다. 매주 원고지 100매 분량을 발표하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김광언(인류학·민속학), 김용성(고고학), 윤용이(도자사), 강희정(불교미술)씨 등 각계 전문가의 검토도 받았다.

“개론서를 쓰는 건 한 세기에 몇 명뿐이에요. 통사를 쓰는 건 자신이 없어서 그간 엄두도 못 냈는데, 저공비행을 하는 친구·선후배에 의지해 고공비행을 해봤습니다.”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백제, 높이 8.5m, 국보 289호. 지붕돌은 얇으면서 모서리가 상큼하게 들려 있어 경쾌한 느낌을 준다. [눌와 제공]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기존의 미술사 개론서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뚜렷하다. 우선 선사시대부터 서술한 것이 눈에 띈다. 그는 “인류의 탄생부터 신석기까지는 세계 공통이고, 신석기에서 비로소 갈라진다”며 “한국 미술의 탄생 역시 신석기로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각 시대마다 건축·조각·회화·공예로 나누어 설명하는 패턴에서도 벗어났다. 삼국시대의 경우 크게 고분미술과 불교미술로 나누어 접근했다. 삼국시대의 미술이란 금관으로 대표되는 왕에게서 종교(불교)에게로 옮겨가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권은 선사·삼국·발해를 아우른다. 내년에는 통일신라와 고려를 다룬 2권을, 내후년엔 조선을 다룬 3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3권까지 쓰고 나면 한 권에 줄여 쓰고 싶어요. 애당초 쉽고 간단하게 쓰고 싶었지만 그런 건 통달한 원로만이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는 서문에 ‘히스토리 오브 코리안 아트(History of Korean Art)’가 아니라 ‘스토리 오브 코리안 아트(Story of Korean Art)’를 쓰는 게 목표라고 적었다. 누구라도 소파에 앉아 편안히 펼쳐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 문화재에 대한 대중의 애정을 증폭시켰던 그가 한국 미술사의 대중화를 어떻게 끌어낼지 관심사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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