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국회의장 공관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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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월 임시국회를 시작하면서 여야와 정부 지도자들이 2일 저녁 칭찬을 주고받으며 폭탄주를 돌리는 화기애애한 자리를 연출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마련한 만찬에는 국회에서 부의장.상임위원장단, 여야 5당에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그리고 정부에서 이해찬 총리와 이헌재.김진표.오명 부총리 등 모두 30여명이 참석했다.

먼저 김 의장이 여야 상생론으로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최근 정치가 본질 면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이뤘지만 국민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여야가 싸움질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자주 만나 의사소통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나라당과 '원수' 직전까지 갔던 이해찬 총리는 이날 정치인생에서 처음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그는 "선거가 없는 올해 여야가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며 "김 대표의 연설을 감명 깊게 들었다"고 했다. 그는 "김 대표가 집단소송제 문제와 관련해 나를 칭찬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균형 있는 연설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설에서 "최근 총리가 기업의 과거 분식 회계에 대한 면탈 기회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모처럼 잘한 일"이라고 했었다.

김 대표도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요즘 왜 경제가 좋아졌나 생각해 보니 대통령의 말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통령의 생각과 행동까지 달라지면 경제가 완전히 살아날 것 같다"며 뼈를 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어 "국회의장 공관이 의장 개인의 숙소가 아닌 국회의 '고급 살롱'이 돼가고 있다"며 김 의장의 여야 중재 노력을 언급했다.

만찬에선 폭탄주가 꽤 여러 잔 돌았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러브 샷'(우호의 표시로 서로 팔을 엇갈리게 끼고 마시는 폭탄주)까지 했다. 정 원내대표와 한나라당의 최연희 국회 법사위원장은 서로 "형님" "아우"라 칭하며 술을 권했다.

김 의장은 "입춘이 멀지 않았는데 국회는 너무 오랫동안 꽁꽁 얼어 있었다"며 "국회가 진정한 봄을 맞도록 여야 간 만남을 자주 주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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