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TV로 소니 제치고 1위 됐듯 맥주도 세계서 통하지 말란 법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하이트-진로그룹 이장규(59·사진) 부회장은 10일 “우리 맥주로 세계 시장을 철저히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제품 ‘드라이피니시 d’ 출시 한 달을 맞아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다. “삼성전자가 TV로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던 것처럼 맥주도 세계시장에서 통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게 이 부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수입 맥주가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는 만큼 더 이상 국내 양대 회사가 과점체제로 생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세계 어떤 맥주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 내는 게 업계 1위인 하이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이트맥주의 지난해 수출량은 전체 매출의 5.7% 선. 2007년의 1.2%보다 늘었지만, 아직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사내·외에서 소주 수출 전망은 밝지만, 맥주는 상대적으로 어둡다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이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드라이피니시 d’도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맥주가 지난달 출시한 ‘드라이피니시 d’는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즙 내의 당분을 남기지 않고 발효시킨 게 특징. 출시 한 달 만에 21만 상자(330mL·630만 병)가 팔려 같은 기간 하이트맥주의 주력 제품인 ‘맥스’와 경쟁사의 ‘카스라이트’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하이트맥주는 해외 현지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에는 호주의 한 맥주 수입업자가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입한 하이트 맥주를 ‘클린 스킨’이란 이름으로 현지에서 팔고 있다”며 “현지 반응이 좋아 해외 시장 공략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시장에서는 일본의 아사히 맥주가 미국과 유럽의 유명 맥주보다 비싼 값을 받는다”며 “품질은 아사히 맥주와 동일하게 만들고 가격은 싸게 하면 경쟁력이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주 수출도 강화할 방침이다. 진로는 중국 시장에서 ‘참이슬’ 매출을 늘리기 위해 현지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국화향을 첨가한 소주를 개발하는 등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주류시장 진입 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 “다양한 주종과 브랜드의 등장은 주류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등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영업망 통합에 대해 “연말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영업망 통합 관련 규제가 없어지지만 당장 이를 통합할지, 서서히 통합해갈지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시사미디어 총괄대표이사 등을 지낸 이 부회장은 2007년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으로 합류해 현재 하이트맥주 대표 겸 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여주=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