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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주류·소장파들 박 대표에 정면 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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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 연찬회를 하루 앞둔 2일 당내 의원그룹인 '발전연'과 '수요모임'이 박근혜 대표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이재오.김문수.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 3선 3인방'이 이끄는 발전연과 개혁소장파들이 모인 수요모임은 당내 대표적인 박근혜 대표 견제세력이다. 이들은 이날 함께 점심모임을 한 뒤 6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현 시점에서 당명 개정 부적절▶당권.대권 분리원칙에 따라 2006년 전당대회 때 대선주자들 불출마▶과거사법 등 3대 입법 2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여의도연구소 독립성 강화▶당내 논의 활성화와 중요 안건 의총에서 투표 처리▶20~30대 지지받는 정당 건설 등이다. 대부분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의견과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당명 개정 반대와 3대 입법 회기 내 처리는 박 대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합의문을 발표한 이재오 의원은 "이는 지난해 말 4대 입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이 보인 모습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한 셈이다.

이 의원은 특히 과거사법과 관련, "한나라당이 3공, 5공 등 과거의 부정적인 모습을 안고 갈 이유가 없다"며 박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3대 입법 문제는 이미 각 상임위에서 의견 접근이 돼 있는 만큼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하도록 하고 국가보안법의 상정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는 지금껏 "2월 임시 국회를 민생 '올인' 국회로 만들기 위해 3대 입법은 별도 기구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6개 항의 관철을 위해 발전연과 수요모임은 연찬회에서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며 '선전포고'성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측은 "121명의 의원 의견이 다양한 만큼 그중 하나로 받아들이겠다"며 즉각적인 대응은 피해 갔다. 그러나 발전연과 수요모임이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는 데 대해서는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박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국민은 한나라당 내에서 박 대표 이후의 대안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대안정당이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며 "수요모임과 발전연도 박 대표를 흠집 내기보다는 이런 국민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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