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전임자 임금 100억 모금” 경제단체가 타임오프제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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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100억원대의 한국노총 후원기금을 걷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원금은 상급단체 전임자에게 임금을 줄 수 없도록 한 타임오프제 시행(7월 1일) 이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노총 파견자의 임금을 보전해주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경제단체와 대기업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전경련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37억원을 모금 중이다. 대한상의는 두산그룹 등을 대상으로 11억5000만원을, 경총은 은행연합회 기금에서 38억원 등 회원사를 대상으로 54억5000만원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단체는 담당 기업을 지정해 돈을 모으고 있으며, 총 목표액은 103억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각 기업에서 파견한 127명의 노조전임자 임금 2년치에 해당하는 135억원을 후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한국노총 후원 방식으로 경제5단체 명의의 기금을 전달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파업을 하지 않고 노사 상생 사업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일종의 사업기금 형식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이 뜻에 적합한 노동단체가 한국노총”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일선 기업에선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를 하는 등 타임오프제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인데 기업을 대변해야 할 중앙단체들이 상급단체 전임자에게 임금을 대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기업 반발이 일자 대한상의는 14일 각 기업 임원을 초청해 후원기금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긴급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기업들은 6일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개정안은 노동단체가 공익성이 높은 사업을 시행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기부금을 받는데 세금 때문에 기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축만 난다면 그런 걸림돌은 해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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