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화재 때 생존법 알자 … 북적거리는 ‘안전체험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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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30m로 바람이 불고 현재 강수량은 300㎜입니다. 몸을 낮게 숙이고 대피하세요.”

7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보라매안전체험관. 문성남 소방교의 지시에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은 5명의 체험객이 태풍 체험관 입구로 들어선다. 먼저 비바람을 뚫고 건물이 무너진 세트장을 빠져나와야 한다.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은 김윤정(33·주부)씨는 “(태풍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8일 서울 보라매안전체험관의 ‘태풍 체험관’에서 아이와 함께 온 체험객들이 침수 지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다음 코스는 평범한 가정의 부엌처럼 꾸며진 지진체험관.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는 경보 방송이 들리자 갑자기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며 식탁과 냉장고 위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진다. 체험객들은 당황하다가 방석을 머리 위에 쓰고 식탁 밑으로 대피했다. 엄마와 함께 온 민석이(8·두산초2)는 가스밸브를 잠그는 것을 잊지 않아 칭찬을 받았다.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와 화재·교통사고와 같은 일이 닥칠 때 안전하게 행동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보라매안전체험관이 연일 북적이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5월 말 문을 연 뒤 현재까지 다녀간 사람은 2만8000여 명. 하루 네 번, 한 번에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체험을 하기 위해 매일 240명이 찾아온다. 9월 예약도 꽉 찼다. 육신춘 홍보담당은 “처음에는 아이를 동반한 학부모가 많았지만 직장인들이 늘어 이제는 성인 체험객이 70%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안전체험관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폭염·태풍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자연재해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때문이다. 육 담당은 “소화기 사용법도 제대로 모르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여러 가지 비상상황을 체험한 뒤에는 많이 홍보해 준다”고 설명했다. 아이와 함께 찾은 손희숙(38)씨는 “며칠 전 찾아온 태풍 ‘곤파스’가 무서웠다”며 “언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려면 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오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대구시 용수동의 시민안전테마파크, 서울 능동의 광나루안전체험관을 포함해 전국에 3곳뿐이다. 그중 2003년 세워진 광나루체험관은 어린이 체험 위주로 운영된다. 김희정(36·주부)씨는 “보라매안전체험관은 훈련의 난도가 높아 도움이 많이 된다”며 “아이들에게는 이런 체험을 의무적으로 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민(8·두산초2)군은 “처음에는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재미있기만 했는데, 지진으로 무너진 마을의 영상을 보니 무섭다”며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빠한테도 알려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체험관은 지진체험관 이외에 ‘화재체험관’ ‘교통사고체험관’ ‘소방시설실습실’ ‘응급처치실습실’ ‘4D영상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영상으로 이론을 배운 뒤, 지하철이나 노래방 등에서 화재가 났을 때 대피하는 법과 소화전·소화기를 쓰는 법 등을 체험하며 익힌다. 이용료는 없으며 만13세 이하의 어린이는 보호자와 함께 와야 한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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