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담판’ 신한 사태 분수령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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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신한금융지주의 내분 사태가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한은행이 전임 행장인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소한 문제를 재일동포 원로 주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이 9일 일본 나고야(名古屋)로 급히 출국한다. 신 사장도 이 모임에 참석한다. 신한지주는 물론 금융계에서도 이번 모임에서 수습 방안이 나올지, 사태가 더 악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 회장, 직접 나서=이번 방문이 중요한 것은 라 회장이 직접 나선다는 점이다.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또 뒤늦게 주주들에게 사정 설명을 해야 할 정도로 사전 준비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 현재 재일동포 주주들은 대체로 신 사장 고소 같은 중요한 문제를 주주와 협의 없이 결정해 외부에 공개한 부분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재일동포 사외이사 4명 중 한 명인 히라카와 요지(平河陽志) 선이스트플레이스코퍼레이션 대표는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은행이 내부 조사를 확실하게 한 것이라면 고소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이번처럼 갑작스럽게 고소하게 된 이유가 과연 뭔지 의아스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지난 3일과 6일 이백순 행장이 일본으로 주주들을 찾아갔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는 평이다. 이 행장 측도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 무조건 이사회를 열기보다 주주와 사외이사들에게 고소를 하게 된 사정을 알려 이해가 충분히 이뤄진 뒤 이사회를 연다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재일동포 사외이사와 주주들은 이 자리에서 고소를 하게 된 배경과 신 사장 측 반론을 듣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봉합은 안 될 듯=재일동포 주주들이 세 사람의 단합을 강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그대로 봉합되긴 어렵다. 검찰 고소가 간단하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횡령이나 배임죄는 검찰이 고소에 관계없이 수사해 처벌할 수 있다. 만일 신한은행이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이미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검찰은 수사를 멈추지 않는다. 신 사장도 “형사 사건이라 취소는 어렵다”며 “차분히 검찰 수사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 측이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은 사실상 퇴로를 생각하지 않은 공격이었던 셈이다.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8일 고소인인 신한은행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했다. 조만간 피고소인인 신 사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한 결론을 내면 신한지주 내부에선 승패가 가려진다. 혐의가 인정되면 신 사장 해임론이 힘을 얻을 것이고, 무혐의로 판정 나면 라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인적 청산 불가피”=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 의혹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도 중요하다. 금감원은 현재 신한은행에 직원을 파견해 라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 과정과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만일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을 지시하거나 관여했을 경우 징계가 불가피하다. 금감원은 11월엔 신한은행과 신한지주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강산랜드에 대한 부당 대출 의혹과 이희건 명예회장에 대한 자문료 횡령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신 사장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원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라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며 “수습을 위해선 인적 청산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김원배 기자


신한금융의 재일동포 주주

▶ 지분 17% 보유

▶ 인원 : 수천 명대 추정

▶ 명예회장 : 이희건(93· 오사카 거주) 전 간사이흥은 회장

▶ 사외이사 4명(전체 이사 12명)
  김요구 삼양물산 대표이사
  김휘묵 삼경인벡스 전무이사
  정행남 아비크 대표이사
  히라카와 요지 선이스트플레이스코퍼레 이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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