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일단 성공] 현지 전문가들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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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총선은 본격적인 정치재건의 시작일 뿐이고, '새로운 이라크'의 앞날은 아직 미지수란 것이 중동 언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라크의 진로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 한국 모델=이집트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의 왈리드 카지하 정치학과 교수는 "광복 이후 전쟁을 거쳤지만 정치.경제 발전을 이룩한 한국이 최상의 모델"이라고 제시했다.

후세인으로부터의 해방과 미군 점령하에서 폭력사태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이라크가 한국의 과거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으로 구성되는 제헌의회가 여러 종파.민족 간 화합을 달성할 수 있는 헌법을 마련한 뒤 올해 말 주권국가를 출범한다는 시나리오다.

미국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및 임시정부가 기획한 정치재건 일정 그대로다. 카지하 교수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수용하고 나면 풍부한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신속하게 이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레바논화=범아랍 시사주간지 알하와디스는 최신호에서 "상당수 이라크 전문가는 이라크가 레바논처럼 종파.민족 간 분열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자이크 사회인 이라크를 한국과 동등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아슬아슬한 권력공유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레바논처럼만 돼도 다행이란 분석도 있다. 쿠르드.수니파.시아파가 권력 공유에 합의해도 정치가 계속 불안할 것이란 전망이다.

◆ 옛 베트남화=수니파 저항세력의 공격이 더욱 거세지고 민족 간 내전이 발생하면 이라크는 옛 베트남과 같이 장기적인 전쟁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1980년대 초 레바논도 내전을 겪었다.

시아파의 영향력 확대를 원하는 이란과 이를 저지하려는 수니파 아랍권이 배후에 설 수도 있다. 미군은 철수하고 이라크 내 민족.종파.정파 간 전면전이 발생, 60년대 '킬링 필드'가 재연된다는 암울한 예측까지 나온다.

◆ 발칸반도화=이라크가 발칸반도처럼 완전히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 권력을 잃은 수니파, 쿠르드족을 모두 아우르는 헌법과 정치 체제가 마련되지 못할 경우 3개국으로 분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남부 시아파 지역에선 지난해 중반부터 분리독립설이 제기되고 있다.

쿠르드족도 이라크 내 제2의 유전지대 소유권 등 독립국가 수준의 완전한 정치.경제적 자치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분리독립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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