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회주의 독립운동의 공헌도 인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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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회주의 계열 독립유공자 선정을 위한 국가보훈처의 공적심사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일부 인사에 대해선 심사위원들 간 견해가 달라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여운형 선생을 비롯한 상당수 인사들이 독립유공자로 선정될 전망이다.

역사의 그늘에 묻혀 있던 이들의 공적이 60여년 만에 역사의 빛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역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런 '과거의 부채'를 수용할 만큼 우리의 저력이 고양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 여론조사에서 62.8%의 국민이 좌.우익을 떠나 독립운동을 인정해야 한다고 답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작업이 '좌우갈등'이라는 우리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혀지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유념할 대목도 있다. 무엇보다 옥석을 제대로 가려야 한다는 점이다. 광복 후 남북이 극심한 이념투쟁과 동족상잔까지 치르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는 시대상황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는 한국 정부의 정통성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은 러시아에서 공산혁명이 성공하자 사회주의를 통해 독립을 찾으려고 했다. 여운형은 고려공산당에 가입한 뒤 원동피압박민족대회에 참석, 레닌과 면담하기도 했다. 해방공간에선 폭력노선을 걸은 박헌영계와는 달리 좌우 합작에 매진한 중도좌파로서 확실한 위상을 정립했다. 그러나 일부는 해방공간에서, 혹은 북에 수립된 김일성정권 하에서 한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데 일조한 사람도 적지 않다. 조선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관련자나 6.25 남침에 가담한 사람들이 그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이런 인사들까지 독립유공자로 포함시킬 수는 없다.

독립운동을 어떤 수단으로 할 것이냐는 그 당시의 상황에 따른 것이다. 그 이후 벌어진 정치 상황이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좌.우파 모두를 우리의 독립운동으로 껴안을 때 우리의 정통성은 그만큼 더 넓어지는 것이다. 다만 이런 작업이 또 다른 이념갈등을 불러오지 않도록 균형된 인식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