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기 쉽다" EU 조직범죄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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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럽연합(EU) 내에 4000개가 넘는 조직범죄단이 활동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르 피가로는 "범죄조직에서 활동하는 조직원만 4만명을 넘어섰지만 EU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조직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EU 경찰기구인 유로폴에 따르면 유럽 내 범죄조직의 숫자는 2001년 3000개였다. 1년 후에는 4000개로 급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03년과 2004년 통계는 없지만 EU 확대에 편승해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행위가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조직범죄단이 벌어들이는 돈과 세탁하는 금액만 EU 회원국 국내총생산액의 2~5%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직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직 EU 회원국 간에 범죄대책망이 없기 때문이다. 회원국 간 조직범죄에 관한 정의도 통일되지 않았다. 조직범죄에 대한 가중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원국 전역에서 통용되는 체포영장 발부나 사법공조도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범죄조직들이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회원국 간 서로 다른 법 체계의 틈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조직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사법.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EU 차원에서 조직범죄와 싸우기 위해 이탈리아식 처벌 체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탈리아는 범죄조직에 대해 ▶2명 이상으로 구성돼 ▶이권을 목적으로 ▶4년 이상의 형에 처해질 수 있는 무기.마약 밀매.인신매매.돈 세탁 등의 무거운 범죄를 저지르는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프라티니 집행위원은 또 "조직범죄 단체의 두목에게는 최소 10년형, 공범에게는 5년형을 부과하고, 회원국이 범죄자의 전과 정보를 쉽게 교환하는 규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현재 EU 회원국은 각국이 범죄관련 정보를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웃나라가 필요로 할 경우에만 경찰과 사법당국의 승인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서로 제공하고 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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