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조건 충족때 고수익 올린다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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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연초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들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ELS의 수익률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편승해, 각 은행과 투신운용사들이 앞다퉈 신상품을 내놓으며 대대적인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ELS의 잔고는 2003년말 3조7000억원대에서 2004년말 7조8000억원대로 110%나 급증한데 이어 올 1월 중 8조원선을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주식형펀드 판매 잔액(8조6000억원대)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일부 투자자들은 ELS를 일반 주식형펀드와 비슷한 상품으로 알고 가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 상품은 그 구성이 확연히 다르다.

◆진화하는 ELS=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ELS는 주가지수(KOSPI200)와 연계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이 주류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정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에 연계되는 상품들이 활발히 등장하면서 구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현대증권 김영호 파생상품영업팀장은 "단순히 주가지수만을 연계할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않아, 우량 종목 2~5개의 주가 움직임에 연계하는 상품이나, 지수가 내려갈 때도 수익이 나는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목 연계형 ELS는 대부분 삼성전자.LG화학.LG전자.POSCO 등 시가총액이 크고 적정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종목들로 구성된다.

조기상환형 ELS와 쿠폰형 ELS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기상환형 ELS는 만기 전이라도 일정 기간(6개월)마다 가입 시점의 기준 주가와 비교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곧바로 수익금을 주고 상환하는 구조다. 실제로 올들어 선보인 ELS는 조기 상환을 조건을 내건 경우가 많다.

또 매분기 혹은 반기마다 정해진 수익률을 배당하는 '쿠폰형 ELS'도 나왔다. LG투자증권이 오는 15일부터 파는 ELS 146호의 경우 매 분기 마다 연 2.25%의 금리를 제공한다. 일본 니케이225지수 등 해외 주가 지수, 국제 금시세 등 실물지수 등에 연계하는 ELS상품들도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투자 유의점=ELS는 기본적으로 자금의 90%이상을 우량 채권에 투자해 거기서 나올 이자를 활용해 원금 보전을 추구하면서, 나머지를 주가지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꾀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채권시장이 출렁거리거나 주가 예측이 어긋날 경우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에 콜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금리도 하락하자 일부 ELS상품은 원금의 일부를 까먹기도 했다. 게다가 수익률을 결정하는 방식이 가입시점과 일정시점의 지수를 단순 비교하는 형태여서 예상 수익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우현섭 차장은 "ELS는 조기상환 기준일이나 만기일의 상황만 고려하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방식의 비정석 투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ELS는 중도 환매시 수익금의 일부를 환매수수료로 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환매 금액의 6~8%를 수수료로 떼야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게다가 ELS는 펀드평가사들의 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투자 수익률 등 정보를 수시 검증할 방도가 없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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