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2003년 외시2부 선발 합격자 41%가 외교관 자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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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채용 과정까지 감사가 확대되는 바람에 외교통상부가 좌불안석이다. 휴일인 5일에도 외교통상부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논란이 외교부 전·현직 관리 자제들의 외교부 입부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로 확대됐다. 외교부는 5일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총 22명을 선발한 외시 2부시험에서 모두 9명(41%)이 외교관 자녀”라고 밝혔다. 1년에 3명가량 뽑은 2부시험에서 매년 한두 명씩 고위직 외교관 자녀가 채용된 셈이다. 영어 능통자 선발을 이유로 도입된 2부시험은 외국에서 초등학교 이상 정규 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사람으로 응시 자격을 제한하고 시험 과목은 1차시험 2개, 2차시험 4개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1차 5과목, 2차 6과목을 치르는 외시 1부 시험에 비해 외교관이나 해외상사 주재원 자녀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2004년 폐지됐다. 이후 시험 과목은 1부 1차시험과 동일하지만 2차 필수과목을 영어로만 평가하는 ‘영어 능통자’ 특별전형이 도입됐다. 이 전형으로 지난 6년간 외교부에 들어온 10명 중 외교관 자녀는 2명(20%)이다.

이 밖에 결원 등 인력 수요 발생에 따라 특별채용 형식으로 외교부에 들어온 전·현직 외교관 자녀도 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유 장관의 딸 등 3명은 퇴직했으나 전 불가리아 대사와 전 코트디부아르 대사 및 전 스페인 대사의 자녀 등 4명은 현재 5급 사무관에 해당하는 2등 서기관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외교부 측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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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5일 2부시험, 영어 능통자 전형 및 특별 채용에 합격한 외교관 자제들의 채용 전 과정에 대해 감사를 확대키로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외시 2부시험과 영어 능통자 전형은 모두 공고부터 채용까지 전 과정이 외교부가 아닌 행안부 주관으로 치러지는 공개 경쟁 채용 시험으로 특별채용이 아니다”며 “외교관 자녀에 대한 그 어떤 특혜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외교관 업무 특성상 외국어 능력과 다문화 경험이 중요하므로, 외교관 자녀들이 채용 요건에 맞는 측면도 있었음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관 자녀를 역차별할 필요는 없지만 특정전형 합격자의 40% 이상이 외교관 자녀라면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란 자성론도 외교부 내부에서 나온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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