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선박사의 두살호흡] 코 막히면 전두엽 활동 둔해져 공부도 안되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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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두뇌의 창(窓)이고, 성장의 중심이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클리닉을 찾는 학생들의 공통적인 사항은 학교 성적에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암기력·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안정이 안 된다고 호소한다.

왜 어제 외운 영어단어가 입에서만 맴돌까. 젊은 사람의 건망증은 지능이나 뇌력의 문제가 아니다. 암기식 위주의 학습, 한꺼번에 쏟아붓는 정보로 인해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소와 영양이 부족하면 뇌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전두엽의 활동이 저하돼 학습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뇌에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선 코 막힘을 해소시켜야 한다.

2008년 본원에서 구호흡을 하는 6~18세 남녀 학생 1312명을 조사한 결과 코 막힘의 원인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이 60.2%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축농증 21.3%, 감기 10%, 아데노이드 비대 6.4%, 폴립 2.1% 순이었다(2008년 일본 센다이 동양의학회서 발표).

공부를 할 때는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취한다. 비염 환자에겐 가장 괴로운 시간이다. 때론 심한 두통과 함께 머리를 짓누르는 압박감 때문에 책을 보는 것조차 힘이 들다. 콧물·코 막힘·재채기가 계속되면 온 신경이 코로 쏠린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비염은 코막힘을, 코막힘은 입호흡을, 입호흡은 학습장애·성장장애로 악순환된다.

입으로 숨을 쉬면 뇌로 가는 산소량이 부족하다. 뇌의 발육과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깨어 있을 때 입력한 정보는 숙면을 취할 때 기억창고에 차곡차곡 정리돼 저장된다. 따라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입호흡 환자는 입력된 정보가 머리 속에서 뒤죽박죽 돼 꺼내 쓰기 힘들다.

코 알레르기는 단순히 코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체질·영양상태 등 전체적인 몸 상태를 고려해 원인별 증상과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줘야 한다. 공부를 못한다고 질책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잘못된 입호흡 습관을 고쳐주는 것이 아이를 돕는 일이다.

김남선 코알레르기 클리닉 강남 영동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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