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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 후 사이고처럼 … ” 간 총리, 오자와에 포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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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4일 일본 민주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초반전부터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설전에 불이 붙었다. 간 총리가 강한 톤으로 선공을 취하면 이를 오자와 전 간사장이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간 총리는 1일 “메이지(明治) 유신에는 사이고 다카모리(西<90F7>隆盛)의 힘이 필요했지만, 메이지 유신 후 사이고는 (나쁜) 말로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메이지 유신에, 오자와를 사이고에 비유한 것이다. 즉 메이지 유신을 이끌었지만 이후 메이지 신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반란(세이난전쟁·1877년)을 일으켰다가 정부군에 패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이고의 길을 오자와가 똑같이 걸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자민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차지하기까지에는 ‘선거의 달인’ 오자와의 힘이 필요했지만 집권 후에는 오자와의 정치 스타일이 더 이상 시대의 요청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오른쪽)와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이 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오자와는 2일 후보 공개토론회에서 역공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관료 주도가 아닌 정치인 주도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해 정권을 맡게 됐다”며 “하지만 어렵게 정권교체를 했더니 간 내각은 당초 정권공약과 달리 관료에게 휘둘리고 있다. 옛 자민당 정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탈관료’를 주장해 온 것과 정반대로 집권 후 여전히 관료 주도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선거 공약 이행이 지지부진한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간 총리가 또 반격에 나섰다. 그는 “내가 정치를 하려고 맘 먹은 계기는 (오자와의 정치스승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의 정치자금 스캔들 때문”이라며 정치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오자와를 자극했다.

오자와는 “난 다나카 선생을 존경하지만 정치적 사상 중 취할 것만 취한다. 아마 현 정치인 중 정치자금 명세 영수증을 전부 다 공개한 건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재차 받아쳤다. 간 총리는 간 총리-하토야마 전 총리-오자와 전 간사장의 트로이카 체제(삼두 체제)를 다시 구축하자는 중재안에 대해서도 오자와 전 간사장이 실권을 휘두르는 시스템이라면 예전 방식과 다를 것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간 총리가 “오자와 선생이 총리가 돼 국회 예산위원회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며 오자와의 잦은 국회 결석과 건강문제를 꼬집자 오자와는 “난 20여 년 전 각료를 했을 때도 성실히 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양 진영은 1일 각각 자파 결속 모임을 갖고 대표 선거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모임에는 친오자와계 현역 의원 130명과 간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 110명이 각각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계에서는 “예상외로 간 진영의 세력 규합이 만만치 않다”며 “현역 의원만 놓고 보면 오자와 진영의 세력이 다소 앞서나 지방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간 총리 지지 여론이 앞서 있는 만큼 대표 선거는 쉽게 결과를 점칠 수 없는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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