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개정해서라도 과거 분식 면탈 계기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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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는 28일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면탈할 수 있는 계기를 1분기(1~3월) 중에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연찬회에 참석해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과거 분식회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과거 분식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면탈해 주고 새로운 분식을 통해 투명성을 해치는 것은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투명한 경영풍토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한번쯤은 부담을 질 각오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조정실 박종구 경제조정관은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를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2년간 유예하겠다는 기존 당정 협의와 같은 맥락의 말"이라며 "'면탈'이 사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24일 고위 당정협의를 하고 집단소송 대상에서 분식회계를 2년간 제외하는 내용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만들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정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제동이 걸린 적이 있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은 2003년 말 국회에서 통과됐고, 올해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재계에서는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해온 회계처리 부분을 현재의 잣대로 보면 분식회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별도의 대책 없이 분식회계가 집단소송 대상이 된다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편 이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기아차 노조의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이번 비리는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노조도 이제 투명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급노조가 노동자 전체를 보지 않고 대단위 사업장만 보게 되면 노동자 간에 계층이 나눠지고 리더십을 잃는다"며 "상급단체는 시야를 더 넓혀야 하며 쟁의능력만 높이는 것이 아니고 정책개발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010년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고 그 이후는 노령화 시대가 되는 만큼 이에 맞게 선진국과 같은 사회규범.문화를 정비하고, 법과 의식을 고치며 산업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큰 선거가 없는 해라서 차분하게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면서 "올해가 선진국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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