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O 격돌 … 피에로 된 하토야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피에로가 된 하토야마-’(요미우리 신문).

일본 언론들은 민주당 대표 선거를 둘러싸고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타협이 결렬되자 그동안 양자 간 중재역을 자처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사진) 전 총리의 입장을 이렇게 비유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간 총리로부터 ‘트로이카 체제(간-오자와-하토야마)’로의 복귀를 약속받았다. 막판 타협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일부 신문은 “‘우주인’(하토야마의 별명)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우주어’로 말을 옮기는 바람에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하토야마는 지난달 31일 오후 오자와 전 간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내게 한 말과 다르지 않느냐”며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간은 “내가 말한 ‘트로이카’는 그냥 상담 정도 하겠다고 한 건데요”라면서 하토야마를 무안케 했다. ‘협상 타결의 공로자’로 떠오르던 그가 한순간에 ‘협상 결렬의 원인 제공자’로 몰리고 만 것이다. 낙담한 하토야마는 이렇게 신세 한탄을 했다고 한다. “난 도대체 뭐였던 걸까요.”

간에 대한 배신감을 불태우는 하토야마는 오자와에 대해선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간-오자와’의 면담도 오자와가 그동안 중재에 애쓴 하토야마의 체면을 위해 배려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토야마는 1일 오전 오자와 진영의 선대위 고문에 취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