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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담판 결렬 … 오자와 “출마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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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이 집권 민주당 대표 자리를 놓고 사생결단의 전면 대결에 돌입했다. 일본에서는 다수당의 대표가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 관례다.

두 사람은 31일 오후 도쿄 시내 민주당 본부에서 만나 막판 타협을 시도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한 채 14일의 당 대표 선거에 각자 출마하기로 했다. 회담은 30분 만에 결렬됐다. 두 사람은 각자 기자회견을 열고 “정정당당하게, 화끈하게 싸우되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KO(간-오자와) 결투’를 막기 위한 시도는 막판까지 이어졌으나 근본적으로 양자 간 지향점이 달랐다. 지난달 30일 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관저를 방문해 간 총리로부터 ‘트로이카 체제(간-오자와-하토야마)’ 수용을 얻어 냈지만 오자와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평가절하했다. “밀실 담합으로 비칠 수 있다”며 애초부터 타협에 소극적이었다. 간 총리도 오자와 측에 간사장 등 주요 포스트를 줄 경우 오히려 여론과 당내 지지세력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했다.

일본 민주당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31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9월14일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총리직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오자와 왜 출마 고수했나=오자와는 원래 ‘화려한 1인자’보다는 ‘힘센 2인자’ 자리를 택해 온 정치인이다. 1980년대 후반 자민당 시절 총리가 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는 스스로 2인자인 간사장을 택했다. 또 성격상 ‘질 수 있는 게임’은 한 적이 없다. 신진당(95·97년) 그리고 민주당(2006년)에서 당 대표 선거에 나섰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은 박빙의 승부다.

오자와 그룹의 한 핵심 의원은 31일 “오자와는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자신의 모든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일본 정치를 주도해 온 그의 정치인생 중 최초이자 최후의 총리 도전이다. 그의 측근 인사는 오자와로부터 “나의 출마는 권력 투쟁 차원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이 망한다. 일본을 뜯어고쳐 보겠다는 우국의 일념에서 나서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반오자와 세력에 둘러싸여 갈팡질팡하는 현 정권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다.

감정의 골도 깊었다고 한다. 특히 6월 중순 “오자와는 좀 조용히 지내는 게 본인이나 당, 일본 정치를 위해 좋다”고 한 간 총리의 말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아무런 실권이 없는 최고고문직을 간접 제의받자 분노가 폭발했다는 후문이다.

◆누가 유리한가=일본 언론의 분석을 종합하면 현재로선 55대 45 정도로 오자와가 유리하다. 총 1224표 중 824표를 차지하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표에서 다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론은 압도적으로 간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일본의 신문·TV는 연일 오자와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국회의원들, 특히 전체 의원의 약 40%를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이 지역구 민심이나 여론에 반해 오자와 지지를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막판 타협안을 마련하는 데 분주했던 하토야마 전 총리의 지지 그룹이 그의 지시대로 오자와 지지로 뭉칠 것인지가 관건이다.

간 총리는 정치자금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는 오자와의 도덕성을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당장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간 총리는 “인사에서 오자와를 배려하라는 부탁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나는 밀실에서 정할 이야기가 아니다고 거부했다”고 말했다. 오자와 진영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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