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아파트 경매 '이상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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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연초부터 법원 아파트경매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시세의 85~90% 선에 낙찰하는 사례가 늘었고, 입찰경쟁률도 높아졌다.

서울 강남권.목동 등의 30~50평형대 아파트에는 응찰자들이 20~50명씩 몰려든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 아파트값 반등세가 경매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면서 아파트 경매시장도 '반짝 장세'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위치가 좋거나 유찰횟수가 많은 일부 아파트에만 응찰자가 몰리고 있어 전반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쟁률 높아져=지난 24일 나온 서울 양천구 목동 35평형은 두 번째 입찰에서 11명이 경쟁한 가운데 감정가의 89%인 6억4660만원에 팔렸다.

이날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49평형은 감정가의 92.2%인 8억2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미성 38평형은 25일 2회 입찰에서 감정가의 88%인 5억4298만원에 낙찰됐다. 시중에 나온 급매물과 큰 가격차가 없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조성돈 차장은 "모두 입지와 교육여건이 좋은 곳이지만 2회 입찰에서 이 같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나오기는 오랜만"이라고 전했다. 한두 달 전만 해도 웬만한 아파트는 3~4회 입찰 때 감정가의 80% 이하에 낙찰되곤 했다.

경쟁률도 높아졌다. 지난해까지 괜찮은 아파트라 해도 3~5명이 참여하는 게 고작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경쟁률이 20대 1을 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21일 진행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34평형 입찰에선 57명이 달려들었다. 올 들어 최고 경쟁률이다.

인천.경기 지역 아파트 경매시장도 모처럼 바빠졌다. 24일 인천시 연수구 동촌동 한양2차 30평형 입찰에는 35명이 참여했다. 최저 입찰가가 8820만원이었으나 낙찰자는 5500여만원 많은 1억4379만원을 써냈다.

◆일반주택.상가 여전히 냉랭=3~4회 유찰돼 값이 감정가의 절반으로 떨어져도 찾는 이가 적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21 지하상가 11평형은 지난 24일 여섯 번째 입찰에 부쳐졌으나 3932만원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날 서울 구로동의 40평 상가는 7회째 유찰됐다.

일반주택.상가는 주인을 찾더라도 낙찰가격이 낮다.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2층 주택은 네 번째 입찰 만에 감정가의 54.7%인 1억725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날 서울 강동구 천호동 104평짜리 주택은 감정가의 64%인 2억7200만원에 낙찰됐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단독주택은 기준시가가 고시돼 4월 말부터 세금이 늘게 됐고, 상가는 경기 침체로 경매시장에서도 인기가 없다"고 풀이했다.

◆'묻지마 낙찰'경계해야=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 경매시장이 일반 매매시장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아파트값이 반짝 오름세로 끝나면 입찰 열기도 꺾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경매컨설팅업체 GMRC 우형달 사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급매물이 빠지자 바닥권 심리가 발동해 발 빠른 투자자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린 고가 낙찰은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재건축단지만 호가가 올랐고, 거래가 뜸해 경매시장도 바닥을 쳤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

경매컨설팅업체 디지털태인 이영진 부장은 "입찰 참여자가 많다고 해서 즉석에서 응찰가를 수천만원씩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2회 이상 유찰됐거나 재건축 등의 개발재료가 있는 물건에 한해 응찰가를 미리 정한 뒤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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