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특별한 미술전 여는 '청계천 키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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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무 교수가 '광화랑'에서 전시할 자신의 유화 작품들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변선구 기자

원제무(56) 한양대 교수(도시대학원)에게 청계천은 남다른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1949년 서울 신당동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 청계천에서 멱을 감았다. 겨울이면 하루종일 얼음을 지쳤다. 출출해지면 둑 위의 군고구마 장수를 찾았다.

청소년 시절 그는 계동의 중앙중.고교로 통학했다. 청계천변을 따라 걸어서 귀가할 때도 많았다. 청계천 6가와 7가 사이 집창촌을 지날 때면 짓궂은 친구들이 여인들에게 학생모를 던져 새빨개진 얼굴로 되찾아오곤 했다.

"청계천 둑 위에 위태롭게 서 있던 판잣집 풍경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한쪽에선 오물이 흘러내리고 또 한쪽에선 아낙네들이 빨래를 했죠."

청년 시절 그는 청계천이 복개 공사(1958년~61년, 65년~78년) 끝에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봤다.

개발경제 시대였기에 '지저분해서 메우나 보다'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청계천 주변은 비위생적이었고, 판잣집들로 어지러웠다. 후진국 대도시의 전형적인 음지였다.

하지만 한양대-서울대 대학원-미 MIT를 거치며 도시공학을 공부하고, 세계 100여개 도시를 둘러보면서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그가 보기에 청계천의 복원은 우리 시대에 해결해야 할 도시혁명적 과제였다. 그는 2000년 학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청계천살리기 모임에 적극 참여했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에 나선 뒤엔 자문에도 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서울은 영혼.색깔.끼, 모든 면에서 (세계적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렵다고 봤죠. 하지만 이젠 다릅니다. 도심에 6㎞의 물길이 확보된다는 것 자체로도 세계적 명소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다 남산골 등에서 청계천으로 흐르는 지천까지 추가로 복원된다면…."

그래서 그는 청계천 복원사업에 작은 정성이나마 보태기로 했다. 다음달 중순부터 세종문화회관의 광화문 지하갤러리인 '광화랑'에서 서울의 풍경을 담은 유화 개인전을 여는데 그 수익금 전액을 청계천 다리 건설 성금으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수익금은 1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원 교수로서도, '광화랑'으로서도 첫 전시회다. 어릴 적부터 그림이 취미였던 원 교수는 10여년 전 같은 대학의 이정순 교수를 사사해 본격적인 그림그리기에 뛰어들었다.

"모두 내가 아끼는 작품들입니다. (파는 게) 아깝긴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현재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련한 시민들 성금이 4000여만원밖에 안된대요."

그는 최근 청계천 등 서울 얘기와 자신의 수채화를 곁들인 '서울의 영감,풍경의 매혹'(공간사)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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