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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저금리·고령화… 투자형 보험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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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기대수명이 급속히 늘어나고 저금리 추세가 계속되면서 보험 가입자들의 상품 선택 경향이 크게 바뀌고 있다. 고령화의 급진전으로 일찍 죽는 위험보다는 대책 없이 오래 사는 위험이 더 부각되면서 미래를 대비한 보험상품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3년 전만 해도 가장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 유가족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종신보험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엔 노후 대비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바뀌는 보험상품 트렌드=서울 종로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이모(45)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변액유니버설 보험에 매달 100만원을 넣고 있다. 퇴직금이 없는 자영업자로서 미래에 대비해 월 100만원짜리 은행 적금을 불입해왔으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수익률이 낮아지자 적금 불입을 중단하고 변액유니버설 보험으로 갈아탄 것이다. 이씨는 처음엔 자신이 사망한 뒤에도 유가족들이 목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려 했다. 하지만 80세까지 살 것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경제생활을 보장하는 내용의 변액유니버설보험을 선택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통계청의 '2002년 생명표'에 따르면 45세 남자는 앞으로 평균 30.8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은 뒤보다 살아있는 동안의 경제생활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처럼 유가족 보장보다는 본인의 노후 생활 보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본인 사망후 유가족이 목돈을 받는 종신보험은 시들해지고 저축.투자.보험 기능을 한꺼번에 충족시켜주는 변액유니버설 보험이 급부상하고 있다. 연봉 3000만원의 회사원 김모씨(33)도 자신의 기대수명을 감안해 최근 변액유니버설보험에 가입했다. 노후에 언제든지 생활자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상품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AIG생명의 권남원 세일즈리더는 "기대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데도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 등 기존 보험들은 가장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 유가족이 보장된다는 한가지 목적밖에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면서 "대안으로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변액보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A보험 보험설계사 최모씨는 "종신보험은 오랫동안 아팠을 때 가족들에게 생활비 지원이 없고, 치명적질병(CI) 보험도 기준이 까다로워 보험금을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요즘엔 잘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익률 비상 걸린 보험사=저금리 추세도 보험상품의 지각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 앞으로 저금리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예상때문에 보험사들은 보험상품의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종전에 확정 고금리로 받아둔 상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보험사들의 큰 부담으로 떠올랐다. 종신까지 보장할 수도 있는 보험의 성격상 고객에게 약속한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일정한 운용 수익률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저금리때문에 보험사의 자금 운용수익률이 크게 떨어져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박창종 보험감독국장은 "보험사들이 약속한 이율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예정이율 이상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며 "저금리 추세에선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어 보험료 대비 고객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일정 부분을 주식시장에 투자해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변액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는 위험을 고객도 분담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생명보험협회 윤상 부장은 "보험 상품도 고유의 보장 기능 외에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고객을 쉽게 유치할 수 있다"며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변액 상품의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실적 배당이 보험상품 판매에서 주된 무기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변액보험을 공격적으로 팔고 있는 외국계 생보사에선 지난 20일 현재 6개월간 수익률이 최고 27%대에 이르는 상품도 운용하고 있다. 국내 생보사들도 실적에 따라 배당하는 변액상품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보험의 특성상 30년 이상 장기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생명 등은 미국 채권시장에 진출해 안정적 고수익 확보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김동호.김창규 기자

◆도움말 주신 분=금융감독원 박창종 보험감독국장, 메트라이프생명 김기영 재정컨설턴트, 보험개발원 노병윤 생명보험상품팀장, 보험개발원 박지선 보험계리사, 삼성생명 박은환 팀장, 생명보험협회 신영선 상품수리팀장, 알리안츠생명 이호영 전무, AIG 권남원 세일즈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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