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관리 없이 평양에 들어가 하루 만에 사람만 데리고 나온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994년 6월 북한 핵위기 때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나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연합뉴스]
소식통은 “북한은 곰즈가 억류된 직후부터 비선 라인을 동원해 미측에 ‘고위 인사를 특사로 보내면 곰즈를 풀어주겠다’고 제의해왔다”며 “그러나 북한은 특사가 방북하면 ▶ 예비 6자회담 개최 ▶금융제재 중단을 포함한 대북제재 완화 등 ‘정치문제’도 함께 논의할 것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어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특히 북한은 미국이 조만간 개시할 금융제재가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사태처럼 북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해 최근까지 해외 예치금을 중국 등 비교적 안전한 지대로 빼돌려 왔다” 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러나 미국 정부는 특사가 방북하면 곰즈의 석방만을 논의해야 하며, 다른 이슈가 혼합(mix)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카터는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곰즈의 석방문제 외에 다른 임무(mandate)를 부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카터가 지난해 북한에서 미국 여기자 2명만 조용히 데리고 나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궤적을 밟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희망대로 6자회담이 열리려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 이후 미 집권당 원로 인사의 첫 방북인 만큼 카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터가 남북 정상회담을 중재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카터는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했던 1994년 6월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나 북핵 1차 위기를 해소하고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끌어냈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