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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수교 18주년 전문가 인터뷰 <상>중국 외교부 CIIS 아·태 안보센터 위사오화 주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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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한 양국은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안보 문제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때가 됐다. 안보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정치적 신뢰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중국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연구소(CIIS) 아태 안보센터 위사오화(虞少華·57·사진) 주임은 한·중 협력이 그동안 소홀하게 취급된 안보 분야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중 수교 18주년(24일)을 맞아 본지와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을 경험한 이후 한반도 안보 지형의 변화, 새로운 한·중 협력 전망에 대해 주목할 만한 견해를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 정세를 어떻게 진단하나.

“중·한 수교는 냉전이 끝나고 새로운 국면에서 대외 정책을 조정한 결과였다. 그러나 동북아의 냉전체제는 중·한 수교를 계기로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냉전의 잔재가 여전한 가운데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것이 동북아의 주된 흐름이다.”

-동북아가 냉전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원인은.

“지역 질서의 불균형 때문이다. 냉전시대에는 소련·중국·북한 진영과 미국·일본·한국 진영이 대결하면서도 세력 균형을 이뤘다. 러시아와 중국이 한국과 수교했으나 북한은 미국·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하지 못했다. 새로운 세력 균형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동북아에 풍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지역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강화시켰다. 한국의 군사력 강화에 따른 (북한과의) 힘의 불균형은 동북아에 화근(禍根)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 변화를 어떻게 보나.

“중국의 국력이 신장되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은 동북아에서 잠재적 위협을 느끼게 됐다. 미국은 경쟁자에겐 압력을 가하고, 동맹국을 어루만지면서 편가르기를 통해 영향력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중·미 관계는 중·한 관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다. 중·미는 협력하고 갈등하면서도 상호 핵심 이익을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피한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지만 중·미 관계를 좌우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한국은 시대 조류에 순응하고 ‘윈윈’ 협력을 할 때만 중·미 사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중·미의 ‘제로섬 게임’ 속에서 한국이 이익을 얻기는 어렵다. 만약 한국이 두 대국의 갈등을 이용해 안보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그건 오판이다. 중·한 양국의 전략 협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한·중 관계의 현주소는.

“1991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081억 달러로 중국(3794억 달러)과 엇비슷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중국(4조3270억 달러)이 한국(9291억 달러)의 4.7배로 커졌다. 1인당 GDP도 91년에는 한국이 중국의 21.6배였지만 2008년에는 약 5배로 좁혀졌다. 수교 초기에는 양국 경제가 상호보완성이 강해 서로 의존했으나, 이제는 한국이 중국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됐다. 18년이 지나면서 양국의 경제적 위상에 큰 변화가 생겨 양자 관계도 전환점에 도달했다.”

-양자 관계에 질적 변화가 생겼나.

“양국 협력의 주안점에 변화가 생겼다. 수교 이후 경제 협력이 양국 관계를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 부족 문제를 푸는 게 시급하다. 양국은 안보 차원에서 공동 이익이 존재하는 데도 그동안 냉전적 사고 때문에 소홀하게 취급됐다. 그런 측면에서 양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고, 북·미 관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한·중 관계를 강화하려면.

“중·한 양국은 북한을 보는 시각,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 인식 차이가 있다. 한반도 통일을 내세워 중국 안보에 위협을 주는 무력 행위를 중국은 반대한다. 한국은 앞으로 중국의 발전을 위협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정치적 신뢰를 위해 한국의 안보 분야 관심사를 더 잘 이해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정책 의도를 설명해 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위사오화는 …

옌볜(延邊)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두 차례(7년간) 근무했다. 1987년 국제문제연구소에 들어가 23년간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를 천착해 왔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서는 조기 추진론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관건은 정치적 결단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중국 학계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베이징(北京)대 진징이(金景一)교수의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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