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먹구름’ 중소형주 … 실적 + 상생 정책에 걷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정부의 ‘상생 협력’ 독려와 실적을 밑거름 삼아 중소형주가 부각될 것이란 예측을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내놓고 있는 것.

중소형주의 주가는 올해 들어 부진했다. 20일까지 시가 총액 100위 이내의 코스피 대형주지수는 6% 오른 반면 시가총액 101~500위인 중소형주는 오히려 2.1% 하락했다. 소형주가 많은 코스닥 지수는 연초보다 6.5% 떨어졌다. 올해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었던 외국인과 연기금이 중소형주를 외면했고, 개인들의 관심마저 시들해지면서 중소형주들이 맥을 추지 못했다. 올해 들어 20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개인들은 1조53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조80억원에 비해 23.3% 감소한 규모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대형주 위주의 흐름이 변화될 조짐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이유는 실적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전체 1~100위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올 3분기 25조6030억원에서 4분기에는 22조5910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의 예상치 평균이 이렇다. 반면 101~500위 중소형사들의 영업이익은 3분기 3조7370억원, 4분기 3조7380억원으로 소폭이나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일찌감치 물량을 따놓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등 정보기술(IT) 장비·부품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실적이 주가를 이끄는, 이른바 ‘실적 모멘텀’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상생 협력 추진도 중소형주의 앞날을 밝게 하는 요소다. 상생 협력의 요체는 “대형 기업들이 돈 많이 벌었다는데 보따리 좀 풀어라. 원자재·부품 가격 인상을 통해 협력 중소기업들과 이익을 나누는 것을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대기업이 이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더 늘게 된다.

위험자산을 찾는 투자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위험 자산인 투기등급(BBB-) 무보증 회사채와 국고채 3년물 사이에 금리 차이(신용 스프레드)가 줄고 있다. 올해 초 7.2%포인트에서 최근 6.9%포인트로 축소됐다. 유진투자증권 박종선 연구원은 “2002년 말과 2006년 초 등 신용 스프레드가 줄어들 때마다 중소형주에 투자가 몰려 주가를 올려 놓았다”고 말했다. 신용 스프레드 축소를 중소형주 랠리 시작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나아가 경기선행지수도 중소형주의 상승을 예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증시를 보면 중소형주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1분기 전에 랠리를 시작했다. 지금은 경제연구기관 등이 한결같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경기선행지수가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3분기 말(9월)이나 4분기 초(10월)에 중소형주가 조명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신한금융투자 김종철 연구원은 “올해 들어 신흥국 전체로는 소형주 주가가 6% 올랐다”며 “한국에도 이런 투자 분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실적이 급성장할 중소형주로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업체인 에스에프에이와 LED 소재업체인 일진디스플레이 등을 꼽았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