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 개혁 고삐 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음달 3일 충북 제천에서 1박2일의 연찬회를 연다. 지난해 8월 전남 구례.곡성에서 개최한 1차 의원 연찬회가 호남 공략을 상징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당에 등을 돌린 충청권 민심 달래기의 의미가 있다. 연찬회 제목도 '국토순례 2-한반도 중원탐방'으로 붙였다.

의원들은 연찬회 첫날 강원도 원주의 1군 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위문한 뒤 제천으로 가 조선말 의병장인 유인석 장군의 위패를 모신 자양영당을 참배할 예정이다. 지역 대학생 총학생회장단 및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만나 민심을 듣고 장애인들과 함께 자폐증 청년의 마라톤 완주를 소재로 한 영화 '말아톤'을 감상하는 순서도 마련했다.

이 같은 이벤트보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3일 저녁과 4일 오전 두 차례로 잡힌 집중 토론 시간이다. 의원들은 당명 개정을 비롯한 당 쇄신방안과 국가보안법.과거사법 등 2월 임시국회 대책 등을 논의한다. '국민에게 드리는 글'도 채택할 계획이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가 추진 중인 당 개혁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방향에 대한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연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소의 논란도 예상된다. 당내 각 그룹이 박근혜 2기 체제의 분수령이 될 이번 연찬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개혁 소장파들의 '수요모임'소속 의원들은 현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대표인 정병국 의원은 23일 전화로 "그동안 박 대표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서로 생각의 차이가 드러난 만큼 이번엔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주류 그룹인 '국가발전연구회' 소속 홍준표 의원도 이날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당과 박 대표는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 대표는 바뀔 수 있지만 한나라당은 영원해야 한다"며 박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영남의 보수파 의원들이 주축인 '자유포럼'은 당의 보수정체성 강화를 들고나올 게 분명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연찬회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