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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특별 좌담

연대하는 '뉴 라이트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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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기독교사회책임.자유주의연대.교과서포럼 등 9개 단체 대표는 지난 21일 모여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뉴 라이트 운동의 범국민적 추진을 위한 연대기구를 결성키로 했다. 뉴 라이트 운동은 극좌.극우는 물론 기존의 보수 우파를 배격하고 우리 사회에 참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뿌리내리게 하자는 혁신 우파 운동. 지난해 가을 2~3개 단체가 등장하면서 태동해 최근 10여개 단체로 세(勢)가 늘었다. 이들은 오는 3월까지 공식 연대기구를 결성키로 하고 기독교사회책임 김진홍(목사) 공동대표를 임시의장에 선출했다. 뉴 라이트 운동의 흐름에 동참하는 3개 단체의 대표를 초청, 본사 국제회의실에서 긴급 좌담을 했다.

사회=이창호 본사 시민사회연구소 전문위원

사회=먼저 9개 뉴 라이트 운동 단체의 모임이 이뤄진 배경부터 설명해 달라.

김진홍=지난해 가을부터 매스컴이나 시민사회에서 뉴 라이트 운동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이 흐름에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새해 들어 한번 전체가 모여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10여개 단체에 참석을 요청했는데 2~3개 단체는 관망 자세를 보였고 9개 단체가 나왔다. 앞으로 나머지 단체도 동참할 것으로 본다.

이석연=헌법포럼은 새로운 형태의 전문가 포럼으로 사회의 큰 틀을 제시하는 차원이기에 뉴 라이트 운동 단체와 조금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이번 뉴 라이트 운동 단체의 연대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편적 가치관, 합리적 대안 모색이라는 뉴 라이트 운동의 기본이념은 포괄하고 있다. 사실 헌법포럼은 뉴 라이트 운동과 시작은 같이했지만 원래는 대선이 막 끝난 2003년 초 당시 경실련에 몸담았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상됐었다.

사회=3월 중 공식 연대기구를 발족하기로 했는데 앞으로 계획은.

▶ 왼쪽부터 이석연 헌법포럼 상임대표, 김진홍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김태성 기자]

김진홍=21일 모임에서 세 가지 활동 방향을 결정했다. 첫째는 뉴 라이트 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추진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의식 개혁.가치관 운동으로 전개하며, 끝으로 3월 중 공식 기구를 출범시키자는 것이었다. 이 계획에서 밝힌 것처럼 연대기구가 출범하면 단체별, 또 연대 차원에서 수많은 포럼.세미나 등을 펼쳐 국민에게 뉴 라이트 운동의 가치를 알리고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다. 지난해가 뉴 라이트 운동의 태동기라면 올해는 정착기가 될 것이다.

사회=뉴 라이트 운동이라고 뭔가 차별성을 부여한다면 기존의 보수단체들과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의미인가.

신지호=뉴 라이트는 '올드 라이트(Old Right)'와 여러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올드 라이트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으로 대표되는 산업화 세력으로 국가주의적 이념과 개발독재, 큰 정부를 성장모델로 했다. 이에 반해 뉴 라이트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주축이고 경제모델도 작은 정부, 큰 시장주의다. 즉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해 보자는 것이다.

김진홍=이 운동에 뉴 라이트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분명 기존 보수에 대한 차별성 때문이다. 과거 개혁성.도덕성이 약했던 것을 반성하고 새로운 시대의 미래지향적인 자기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또 정치권에서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 밖에서 시민이 나선 것이다.

사회='반핵반김 국민협의회' 같은 모임도 시민이 결성하고 행동한다. 이 단체는 어떻게 보나.

이석연=지나치게 이념적으로 분열 위주로 나가는 것은 관용과 진실에 기초한 공동체 건설과 거리가 멀다.

김진홍=현 단계에서 보면 뉴 라이트 운동과는 흐름이 다르다. 그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뭔가 석연찮게 생각했던 분들이 뉴 라이트 운동을 보고는 '아, 바로 이것이다'하면서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 오고 있다.

신지호=반핵반김 국민협의회가 연 집회에 참석한 분들은 소박하고 순수한 국가 사랑의 마음에서 오신 것이다. 문제는 그 집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다. 구호 중에 '국가보안법을 강화하자'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 법을 고치는 것은 좋지만 어떻게 강화하자는 주장을 할 수 있나. 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급속히 쇠락해 갈 것이다.

사회=향후 기존의 진보 시민운동과 뉴 라이트 운동이 부닥칠 가능성은 없나.

김진홍=이젠 우리 시민사회도 넓다. 우리가 도덕성을 중시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세계화, 국가 경쟁력 확보, 법치주의 등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는 가치관을 제시하면 시민사회, 특히 젊은이가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단체들과 충돌할 이유는 없다.

이석연=시민운동의 새로운 모습 중 하나가 싱크탱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시민단체들은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고 정권도 시민단체들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 시민단체들이 국민에게 더 이상 호응받지 못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제 시민들이 이런 잘못된 흐름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헌법포럼은 뉴 라이트 운동이 소멸되더라도 미국의 케이토(CATO)연구소처럼 영속성을 갖고 싱크탱크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사회=뉴 라이트 운동의 싱크탱크 역할이 야당에 일정 부분 기여할 가능성은 없나.

김진홍=사실 뉴 라이트 운동이 정치권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래서 '중도'라는 표현이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의 경우 순수 기독교 사회개혁 운동이다. 그러나 우리 조직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이 정치에 참여해 바른 정치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 기성 정치인 중에서도 뉴 라이트 운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줄 계기가 올 것이다.

신지호=현재의 뉴 라이트 운동은 국민운동적 성격이다. 최근 여러 형태의 포럼이 생겼다. 그것을 뉴 라이트라고 이름을 붙이든 안 붙이든 커다란 흐름이 형성돼 나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시민운동도 전문가 정신과 심사숙고 끝에 정책 대안을 만들어내는 싱크탱크가 돼야 하고 그 속에서 정치인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은 정치계로 진출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석연=뉴 라이트 운동은 정치권과 무관하게 나타난 우리 사회의 거대한 흐름이다. 이 흐름의 등장은 역사적으로도 옳다고 본다. 그러나 일부 인사처럼 시민단체에 적을 두고 특정 정파.정당.정권과 연계해 활동하다 그 대가로 정부나 정치권으로 나가는 행태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용납돼서도 안 된다.

사회=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은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다. 북한 문제를 어떻게 보나.

김진홍=무엇보다 북한 인권문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민족공조 때문에 한.미동맹을 저해해서도 안 된다.

이석연=통일이 중요하지만 어떤 통일이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 통일은 반드시 자유시장주의, 법치주의로 가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것이 헌법의 정신이다. 우리 헌법 제4조에 자유주의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라고 명문화돼 있다. 이것을 제쳐놓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신지호=북한과의 공조는 김정일 정권과의 공조, 2000만 북한동포와의 공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금까지는 김정일 정권과의 공조였는데 이것은 사이비 민족공조다. 그래서 한.미관계도 불편해진 것이다. 고통받고 신음하고 있는 2000만 북한 동포와 공조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지난 독재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의 연장선이다.

사회=여러분의 주장을 들으니 자칫 이념 갈등이 첨예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김진홍=첨예하게 대립해 판이 깨져선 안 된다. 서로 의견을 수렴해 미래지향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논쟁이 있더라도 변증법적으로 해결해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래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회=그렇다면 반대편과 대화를 통해 타협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예를 들어 친북 사이트 문제는 어떻게 보나.

김진홍=친북 사이트가 건전하다면 열 수도 있다. 그러나 먼저 전체 국민에게 공론화해 설득하고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신지호=이념갈등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는 없다. 지금까지 합리적인 좌파 진영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못한 것은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좌파 지식인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사회=끝으로 지금 계속되고 있는 사회 갈등과 다음 대선 등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우리 사회를 어떻게 전망하나.

김진홍=좌파 세력의 영향력은 점차 감소할 것이다. 3~4년 뒤에는 우리 사회가 뉴 라이트 쪽으로 시대정신이 옮겨올 것으로 믿고 있다.

신지호=나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좌파가 등장할 것으로 본다. 헌법의 규범적 가치를 지키는 뉴 라이트 운동이 그런 좌파의 탄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뉴 라이트와 뉴 레프트가 헌법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상호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회로 갈 것으로 본다.

이석연=나도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낙관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상당히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강하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선동에 약하다. 선거에서 선동적인 구호가 나오고 이를 정치권이 이용할 경우 갈등이 심화되고 사회도 양극화될 수 있다. 뉴 라이트 운동을 포함한 새로운 시민사회의 흐름이 국민의 판단을 돕고 잘 이끌어 줄 수 있느냐에 미래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사회=오늘 이렇게 자리해 주신 데 대해 감사 드린다.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 참석자

▶ 김진홍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두레교회 목사

▶ 이석연

헌법포럼 상임대표.변호사

▶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서강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