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국방 "北, 核무기 실제 개발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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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李俊)국방부 장관이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李장관은 이날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명분상으로 전력 손실 보상을 요구하나 상황에 따라 플루토늄 추출을 강행해 핵무기를 실제로 개발할 가능성이 상존(常存)한다"고 밝혔다.

李장관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군사 외교 차원에서 미·일·중·러 등 주변국 군부와 협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李장관이 북한의 의도를 이같이 분석한 것은 북한이 애초부터 5MWe 원자로를 전기를 생산하는 데 활용할 뜻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이 원자로를 발전용으로 사용하려면 "원자로의 핵 반응에서 나오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발전기와 변전시설 등 전기 전환장치가 필수적"이라고 국방연구원 신성택(辛成澤·핵공학)박사가 말했다.

북한은 1986년 원자력발전소에 필수적인 부수장치를 전혀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5MWe 원자로를 가동했으며, 아직도 이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IAEA의 보고다.

한편 북한이 봉인을 제거한 8천개의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하면 3∼4개월 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25∼30㎏(핵탄두 4∼6개 분량)가량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미 만들어 둔 핵연료를 5MWe 원자로에 장착할 경우에는 3개월마다 핵탄두 수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91년 이전에 핵무기 부품에 대한 70여회의 기폭실험을 실시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제네바 기본합의를 체결한 94년 이후에는 핵물질(플루토늄)만 제외한 핵폭탄 완성품에 대한 기폭실험을 1∼2회 실시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북한은 90년대 중반에 이미 미사일에 장착할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지만 핵폭발 장치 1∼2발을 보유하고 있다고 미 중앙정보국(CIA)이 추정해 북한의 핵개발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북한은 사찰관이 없는 내년부터 국제적 감시 공백을 틈타 추가적인 플루토늄 생산과 본격적인 핵무기 제작을 시도할 소지가 있다는 게 국방부 측의 우려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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