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설치된 금괴·금화 자판기.
자판기의 진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장황하게 사례를 들었다. 콜라나 초코바 등을 진열하던 것이 화장품·의류·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나아가 각종 첨단장치로 무장해 디지털 세대의 입맛도 맞춘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도 ‘새로운 유형의 자판기가 확산되고 있다. 변덕스러운 소비자 기호에 부응하고 기존 소매점 운영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자판기가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자판기는 재래식 소매점보다 재고 부담이 덜하고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 목만 좋으면 단위면적당 수익이 기존 소매점보다 많다. 무엇보다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신생 업체나 신생 브랜드에 긴요하다. 젊은 세대의 기호에도 맞는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은 혼자서 제품을 살피고 구매하는 데 익숙하다. 영수증에 적힌 전화번호로 구매를 취소하거나 물건을 반품하는 서비스도 보편화했다. NYT는 ‘신종 자판기는 기존 소매점과 인터넷 쇼핑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자동화 소매점(automated retail store)’이라고 평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쇼핑하면서, 살 물건을 직접 볼 수 없는 인터넷 쇼핑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유명 업체들이 자판기 영업에 나선다. 애플·바디샵(천연화장품 업체), 베스트바이(미 전자 유통업체)가 자판기 판매를 시작한 걸 아시는지. 미 스포츠 의류업체 퀵실버는 지난해부터 미 스탠더드호텔 매장에 젊은이를 겨냥한 수영복 반바지와 비키니 자판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난관도 많다. 음료나 과자를 파는 종전 방식의 자판기 매출은 정체 상태인 데다 앞서 언급한 첨단 자판기는 대당 가격이 수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