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이강철 몸값도 '강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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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기아 투수진의 중심이자 맏형인 이강철(36·사진)이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이강철은 지난 24일 오후 기아와 2년간 4억원에 연봉 재계약을 했다. 올해 연봉 1억8천만원보다 약 11% 인상된 금액이다. 더구나 기아로서는 팀내 첫번째 다년계약이기도 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은 것이다.

남자 나이 서른여섯. 최고의 순간도 경험했지만 쓰디 쓴 실패도 겪었다. 20대의 패기도, 꿈도 사라졌지만 세월을 이기며, 세상을 읽는 눈이 생겼다. 원숙미. 노장의 아름다운 뒷모습은 오기로 되살아나 꺾였던 명예를 되살리는 힘이 됐다. 고비를 넘는 법을 아는 그는 이제 자신의 발걸음을 뒤따르는 후배들의 거울이 되고 있다.

이강철은 1989년 프로 데뷔 후 98년까지 10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기록하는 등 성공시대를 달렸다. 그러나 99년 무릎수술로 한해를 쉬었고, 그해 말 자유계약선수(FA)자격으로 삼성과 3년간 총액 8억원에 계약하며 또한번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부상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중반 고향팀 기아로 되돌아왔다.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기아에서는 후배를 이끌 리더로서 그를 선택했다.

또한 '최고투수'로서의 자존심은 마운드에 선 그를 되살렸다. 올해 정규시즌 66경기에 출전, 5승2패17세이브, 방어율 3.17.

출전 경기수는 기아투수 중 1위며 구원부문에서는 전체 5위에 올랐다. 또한 송진우(36·한화)에 이어 프로통산 두번째로 2천이닝 투구를 돌파하며 '살아 있는 역사'로 돌아왔다.

이강철은 그동안 두차례 연봉협상에서 다년계약을 희망했다. 얼마 남지 않은 선수 기간 마음 편히 뛰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팀도 앞뒤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한 고참에게 예우를 갖춰줬다. 이강철은 "명예를 회복한 것이 가장 기쁘다. 나를 믿어준 팀에도 고맙다"고 말했다.

현재 이강철의 통산 탈삼진은 1천6백21개. 선동열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이 보유한 프로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1천6백98개)까지는 77개가 남았다. 대기록을 향한 이강철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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