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에게 받고 싶은 프로야구 선물 3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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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다. 출근길의 지하철 신호음과 자동차 경적소리까지 모두 경쾌한 캐럴로 들린다. 그 신나는 음악에 맞춰 산타클로스가 끄는 썰매가 곧 곁에 올 것만 같다. 인자한 표정의 산타클로스는 선물 보따리에서 반가운 선물들을 하나씩 풀어놓을 것 같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에게서 받고 싶은 선물 세가지.

#꿈의 구장(케빈 코스트너 주연 영화 말고 진짜)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은 일본인 투수 이리키 사토시는 "한국에서는 (이 추운 겨울에도 쉬지 않고) 일년 내내 야구를 하느냐"며 깜짝 놀랐다. 그날 사회인야구 '야코리그'(www. yagoo. co. kr)의 리그별 결승전이 잠실구장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만 야구를 해온 그는 야외구장에서 12월에 하는 야구는 처음 본다며 낯설어 했다. 산타가 처음 꺼내는 선물 꾸러미에는 '꿈의 구장'이 담겨있었으면 좋겠다. 프로야구 팀들에는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고, 손 비비지 않고도 한국시리즈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신·야코·자이언트 등 굵직한 사회인 야구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팀들을 비롯, 전국 3천여개(추정)의 사회인 팀들에는 주말에 한번씩이라도 마음놓고 뛸 수 있는 사회인야구 전용구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주말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야구장 닮은 빈터'를 구걸해야 하는 동호인들의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불쌍할 정도다. 그들의 야구 열정을 받아줄 공간이 자꾸 생겨났으면 좋겠다.

#20

사라져간 '20'에 얽힌 기록들을 돌려받고 싶다. 지난 시즌에는 단 한명도 '20-20 클럽'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종범(기아)이 홈런 18개·도루 35개로 가장 근접했을 뿐이다. 홈런 20개·도루 20개를 동시에 기록하는 '호타준족'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라운드에서 '치열함'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기(氣)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 20에 얽힌 기록은 1999년 이후 자취를 감춘 시즌 20승 투수. 국내 최고가 됐다고 곧바로 어설픈 해외진출을 시도할 게 아니라(정민태·진필중·임창용 등) 송진우(한화)처럼 국내 최다승 기록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그런 진실한 젊은 어깨를 산타클로스가 주고 갔으면 좋겠다.

#사랑의 묘약

따뜻한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환한 웃음을 보고 싶다. 그래야 응어리진 아픔이 녹아내릴 것 같다. 김진우(기아), 최원호·김재현(이상 LG), 그리고 병상의 임수혁. 걸음마 단계에서 시련을 겪은 김진우에게는 플레이오프 4,5차전 부진의 아픔을 씻어줄 웃음이 필요하고,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을 내준 최원호에게는 홈런을 맞고 털썩 주저앉았던 두 다리를 힘차게 다시 일으켜세워줄 엔도르핀이 필요하다. 선수 생명을 건 수술을 받은 김재현에게도 마찬가지. 그리고 2년째 병상에 누워있는 임수혁과 그의 가족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줄, 사랑이 듬뿍 담긴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아차! 사랑의 묘약이 진짜 필요한 주인공들을 빠뜨렸다. 2년 전 '세기의 커플'에서 이제는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고 있는 조성민-최진실 커플!

야구전문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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