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끝자락에서…대중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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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대중음악계는 추웠다. 음반 판매량이 저조해 시장이 위축된 상태에서 검찰의 PR비 수사로 가요계는 얼어붙었다. 소리바다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으로 저작권 논쟁이 뜨거웠던 것도 음반시장 불황과 맞물린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록밴드의 인기는 올해 두드러진 현상으로 환영받았다. 2002년 대중음악계의 4대 이슈를 되돌아본다.

◇소리바다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2002년 7월 9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이 MP3 음악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소리바다'(www.soribada.com)에 대해 서비스 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2001년 1월 음반사들이 소리바다의 운영자를 고소하고, 그해 8월 검찰이 소리바다를 기소한 이후 최초로 내려진 법원의 판결이었다.

법원은 이용자들이 소리바다의 서버를 이용해 음악 파일을 교환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소리바다는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서비스를 재개했다. 음반산업협회는 다음카페 등 다른 음반 사이트의 서비스 중단도 요구하고 있지만 단속을 위한 근거법이 정보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PR비 수사=올해 7월 초 시작된 가요계 PR비 비리 수사는 방송가를 중심으로 연예산업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방송·연예 기획사 관계자와 일부 연예담당 기자 등이 구속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방송 권력과 연예산업간 구조적 유착관계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방송이 대중음악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대안이 호소력을 얻었다. 대중음악이 질 높은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다 투명한 시장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록밴드 인기=월드컵 열기에 힘입어 거리 응원에서 록밴드들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음성적인 PR비 관행으로 고통을 겪은 기획사들이 방송 홍보에 매달리지 않고 무대활동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한 록밴드로 관심을 돌리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쌓아온 크라잉넛·체리 필터·자우림·롤러코스터·레이지본 등 밴드들이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며 부상했다. 특히 꾸준히 입지를 굳혀온 윤도현밴드는 월드컵 응원가를 불러 순식간에 국민 밴드로 자리를 굳혔다.

◇음반시장 불황=IMF 이후 조금씩 움츠러들기 시작한 국내 음반 시장이 올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가요 기획사, 레코드사, 음반도매상, 공연 업체 등이 모두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스타급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도 30만장을 넘기기가 어렵다. 팝계도 마찬가지. 웨스트 라이프, 브리트니 스피어스, 에미넴 정도가 10만장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MP3와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음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지배적. CD Writer의 대중화 역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손쉽게 CD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반 시장의 불황을 부추기고 있다.

음반사들은 불법 사이트나 스트리밍 사이트에 관한 법적 대응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컬러링이나 IMT-2000 등 새로운 콘텐츠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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