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축구대표 감독 맡을 생각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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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重慶)의 별'에서 '칭다오(靑島)의 태양'으로.

중국 프로축구에서 '리장주(李章洙)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장수(46)감독이 휴가차 잠시 귀국했다. 이감독을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중국 대표팀 감독 제의가 온다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팀 전력 향상을 위해 국내 공격수를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팀이나 올림픽 대표팀 감독 제의가 오지 않았나.

"프로팀은 한 군데서 제의가 있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올림픽팀은 전혀 접촉이 없었다. 국내에 들어온다면 유럽이나 남미에서 1년 정도 더 공부한 뒤에 프로팀을 맡겠다. 대표팀 감독에는 전혀 욕심이 없다. 그 자리 맡고 나서 잘 풀린 사람이 누가 있나. 겉으로만 화려한 자리 아닌가."

-중국 대표팀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온다면.

"2∼3년 전부터 후보 명단에 항상 내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식 제의가 온다면 생각해봐야겠다. 그렇지만 한국인을 감독으로 앉히기에는 중국 사람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약체 칭다오를 FA(축구협회)컵 우승으로 이끈 비결은.

"칭다오는 1,2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팀이었다. 프로의식이 부족하고 사생활이 문란한 선수를 다잡아 강한 정신력과 의욕을 갖도록 이끌었다.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아예 빼버렸다. 대표팀 주전인 취보도 팀 내에서 경기를 못 뛸 때가 많았다."

-FA컵 결승은 어땠나.

"1차전은 상대 랴오닝의 홈에서 벌어졌다. 영하 12도의 날씨에 야간 경기였다. 객관적인 전력도 열세였다. 0-1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1-3으로 졌다. 모두가 우승은 안된다고 했지만 나는 '두고봐라. 반드시 2-0으로 이긴다'고 했다. 결국 내 말대로 돼 역전 우승했다."(원정경기 1득점은 2점으로 계산함)

-내년 목표는.

"올해 1부리그 15개팀 중 8위를 했다. 내년은 중상위권이 목표다. K-리그에서 공격수를 데려갈 계획도 있다. 국내 베테랑 스트라이커와 접촉했는데 돈을 너무 많이 달라고 해서 포기했다."

-월드컵 출전을 통해 중국 축구가 발전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오히려 한 골도 못 넣고 3패를 한 뒤 실망이 엄청나게 컸다. 그래서 한동안 프로축구 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이 축구를 워낙 좋아하고 잠재력도 커 조만간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TV에서 유럽 빅리그 경기를 생중계하고, 수백명이 2박3일 걸리는 기차로 자신의 팀 경기를 쫓아다니는 곳이 중국이다."

-한·중·일 프로리그 통합에 대한 생각은.

"3국 축구시장이 커지고 상호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중국과 일본은 반드시 흥행에도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국이 걱정이다."

1998년 중국으로 건너가 2000년 충칭에 중국 FA컵 우승을 안긴 이감독은 칭다오로 옮긴 지 1년 만에 또다시 만년 하위 팀을 올해 FA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뛴 이감독을 잡기 위해 칭다오는 구단주까지 나섰고, 결국 이감독과 1년 재계약(연봉 약 6억원 추정)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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