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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쇼트트랙 500m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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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최은경이 뒤늦게 자신의 우승 사실을 확인하고 활짝 웃고 있다(左). 오른쪽 사진은 최은경이 날 들이밀기로 중국의 주밀레에게 간발의 차로 앞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 [인스브루크=연합]

500m 고비를 넘겼다. 이젠 전관왕도 바라볼 수 있다.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이 가장 고전하는 종목이 바로 500m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22회 겨울 유니버시아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쇼트트랙 종목 중 500m는 유일하게 스타트가 거의 순위를 가리는 단거리 종목이다. 모든 선수가 전력으로 네바퀴 반을 돌기 때문에 추월하기가 매우 어렵다. 예선.준준결승.준결승을 거치면서 계속 1위를 해야 스타트 때 몸싸움이 유리한 인코스를 배정받는다. 스타트가 느린 한국 선수들이 고전하는 이유다.

그러나 20일 밤(한국시간) 열린 남녀 500m에서 한국은 송석우(22.단국대)와 최은경(21.한체대)이 나란히 금메달을 따내 전관왕을 향한 최대 고비를 넘겼다.

여자 500m 결승에서 최은경은 '날 들이밀기' 기술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1500m 금메달에 이어 2관왕이다. 스타트에서 뒤져 레이스 내내 3위로 따라다닌 최은경은 마지막 코너에서 2위를 추월했고, 결승전 바로 앞에서 '날 들이밀기'를 시도했다. 전광판의 시계는 최은경 45초233, 처음부터 1위를 달렸던 중국의 주밀레는 45초242였다. 0초009 차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한국의 '날 들이밀기'에 중국이 눈물을 흘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1000m 결승에서 중국의 리자준은 김동성의 날 들이밀기에 0.053초 차로 금메달을 내줬다. 여자 1000m에서도 전이경이 결승선을 앞두고 슬라이딩하면서 오른발을 쭉 내밀면서 양양S를 제쳤다. 이후 중국이 주동이 돼서 세계 빙상연맹은 스케이트의 앞날이 얼음판에서 떨어지면 실격시키는 새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최은경은 "골인 지점에서 중국 선수가 바로 옆에 보이기에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는 각오로 발을 내밀었다"면서 "골인 후 코치님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금메달인 줄 알았다"고 했다. 남자 500m에서는 예상을 깨고 송석우와 서호진(22.경희대)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1500m 우승자 안현수(20.한체대)는 4위였다. 쇼트트랙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따낸 한국은 21일 오전 현재 금 4.은 3.동 3개로 단숨에 종합 5위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들은 21일 밤 남녀 1000m에 출전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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