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제주 구상]국정원 등 행정부 개편 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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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는 22일 제주에서 "정권인수위는 실무 중심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낙연(李洛淵)당선자대변인은 이날 "인수위에는 권력 중심의 정치형 인수위와 정책형 인수위가 있는데 후자로 기울 듯하다"고 전했다. 5년 전 DJ정부 출범 당시의 정권인수위는 '1백대 과제'를 선정하고, 집행 기능까지 수행했다. 李대변인은 "5년 전에는 IMF 관리 체제여서 집행 기능을 갖는 게 불가피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인수위는 정책의 일관성을 살리고, 취임과 동시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현안을 파악·분석·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을 마무리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인선과 관련, 李대변인은 "과거에는 사람이 먼저 정해지고 업무가 결정됐다"며 "이번에는 What(업무 분야)부터 정하고 Who(인선)가 결정되는 만큼 하마평도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엔 이종찬(李鍾贊)인수위원장·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김종필(金鍾泌)총리의 순으로 발표됐다.

李대변인은 "정책 중심 인수위가 된다면 위원장이나 분과위원장도 그에 합당한 격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盧당선자는 평판이 좋은 분을 우대하기보다는 그 분야의 일을 잘하는 사람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李대변인은 또 "인수위의 분과위원회별로 자문교수나 당 정책자문위원이 참여하는 정책 조언 그룹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李대변인은 정부 조직 개편 역시 "당선자가 공약한 것이 별로 없고 인수위 단계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정보원을 해외정보처로 바꾸는 공약도 임기 중에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 기능의 정비는 늦춰질 전망이다.

이는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고 점진적 개혁에 무게를 둔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盧당선자가 민주당 개혁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것과 대조적으로, 일단 선(先)정치개혁, 후(後)행정개혁을 구상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李대변인은 "아직은 공개하기 이르나 청와대 비서실의 위상과 기구, 내각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盧당선자가 깊이 있는 구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해 청와대 비서실의 변화는 별도로 조기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盧당선자는 후보 시절 중앙일보 창간 인터뷰에서 "일상 국정 운영은 총리와 장관에게 대폭 위임하겠지만 지방 육성 전략 등 전략적 핵심 과제들은 대통령 직속으로 특별기획팀을 만들어 직접 관장해야 한다"며 "강력한 비서실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주=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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