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다시보는 '노천 신라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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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경주 남산 지킴이로 불렸던 향토사가 윤경렬이 남긴 책, 미술사학자 강우방·문명대의 연구 저술들, 여기에 유홍준의 대중적 가이드북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첫 권 속의 감칠 맛 나는 경주 남산 소개…. 경주 남산에 대한 적지 않은 소개서들 덕에 우리는 심리적 포만감이 없지 않다. '알 것은 대강 안다'는 식이다.

그러면 『신라의 마음 경주 남산』은 '덤'일까.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 최근 10년 새 등산객을 포함해 이 산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지만, 이 공간을 한번 제대로 꼼꼼하게 되짚어보는 작업이 이 책이다. '빛나는 문화유산'이라는 공허한 슬로건 뒤에 이 '노천 박물관'에 대한 우리의 상식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확인시켜 준다.

책의 서술은 불곡 감실불상, 천룡사터 등 경주 남산의 66개 주요 유적별로 핵심정보를 정교하게 촬영된 사진과 함께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높이 4백68m의 이 바위산을 두고 6세기 신라인들은 인도의 아잔타 등을 모델로 석굴을 조성하려고 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사암(砂岩)이 아닌 단단한 화강암 덩어리로 된 경주 남산 앞에서 현재의 모습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조형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경주 남산은 본래 조성된 건물이나 벽화 등이 채 10%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 중에는 완성도가 뛰어난 유물들이 솜씨가 다소 떨어지는 작품들과 섞여있다. 이를 두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이라고 무작정 추켜세워온 심리도 저자는 꼬집는다.

이 출판사 '코리안 아트-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시리즈의 첫권.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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