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선정2002올해의책]들풀과 함께 피운 더불어 사는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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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날조된 간첩죄. 13년간의 옥살이. 서른살의 유학생은 젊음과 꿈을 송두리째 박탈당하고 40대 중반이 돼서야 출소했다. 『야생초 편지』는 시대의 피해자였던 저자가 절망을 딪고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기 위해 고혈을 짜내 주변에 보냈던 옥중 서간이자 생존기록이다. 감옥 안에서 황씨의 위안거리는 거미·사마귀·청개구리 등 감방 동료들과 '투쟁 끝에' 마련한 교도소 화단에서 가꾼 1백여종의 야생초였다.

만성기관지염을 치료하기 위해 야생초를 뜯어먹다 보니 야생초의 생태와 특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지식도 쌓게 됐다. 안정된 그림 실력으로 하나하나 모사한 야생초 그림들을 곁들이고 보니 번듯한 식물도감의 면모도 갖추게 됐다.

단순한 도감을 넘어서는 이유는 지구촌 전체가 살 길은 자연과 환경을 살려야 한다는 생태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책 속 곳곳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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