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 뉴요커의 사랑과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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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와 그 자매들 (EBS 밤 10시)=소심한 주인공을 통해 투덜거리는 말투로 인생에 대한 특유의 성찰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 우디 앨런. 그의 영화는 야금야금 먹다 한번 맛 들이면 쉽사리 입에서 떼놓기가 힘든 초콜릿 같다. '한나와 그 자매들'도 앨런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수작. 뉴욕 중산층 세 자매의 러브 스토리를 기둥으로 가족·여성 문제 등 인생의 단면들을 골고루 짚었다.

지금은 이혼했지만 한때 금실을 자랑했던 아내 미아 패로를 비롯해 마이클 케인·다이앤 위스트·바버라 허시·막스 폰 시도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케인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위스트는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앨런도 각본상을 받았다. 크게 불거지는 사건은 없지만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 덕에 지루함 없이 좇아갈 수 있는 드라마다.

한나(미아 패로)·홀리(다이앤 위스트)·리(바버라 허시)는 자매다. 록가수 매니저인 한나의 남편 엘리어트(마이클 케인)는 처제 리를 남몰래 연모한다. 리는 중년의 화가 프레데릭(막스 폰 시도)과 동거하고 있다.

홀리는 한나의 이혼한 남편, 즉 자신의 형부였던 미키(우디 앨런)와 데이트를 즐긴다. 미키는 건강강박증 환자로 늘 죽음이 목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주기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세 자매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십여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인생의 의미와 가족해체 등의 문제를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꽤 통찰력있게 그렸다. 1986년작. 원제 Hannah and Her Sisters. 19세 이상 관람가. ★★★☆(만점 ★5개)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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