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約과 현실정책 조율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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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경제부처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부처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공약을 찬찬히 분석하는 등 새 정부 출범에 대비하는 한편, 새 경제팀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거시경제정책은 현재 틀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盧당선자가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경제운영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큰 틀만 챙긴다"고 밝힌 만큼 전문 경제관료들에게 상당한 자율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대선 때문에 예년보다 늦어진 내년도 경제운용 계획을 짜면서 盧당선자의 공약과 조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盧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연 7% 성장은 우리 잠재성장률(5%대)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공약과 현실정책을 어떻게 적절히 조정하느냐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간 고무된 분위기다. 盧당선자가 출자총액제한 등 재벌규제의 핵심정책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공정위의 비중이 커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공정위 공무원들은 盧당선자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소 이완된 개혁문제를 다시 챙기겠다"고 발언한 데 주목하고 있다.

농림부는 盧당선자가 농촌 출신인 데다 그동안 소외된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업의 여건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특히 대선공약으로 농업예산을 국가 전체 예산의 10%까지 늘리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농업분야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부동산 대책이나 대북경협 등 각종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핵심공약인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건교부가 주도적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과 네티즌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잘 드러났다"며 '디지털 대통령'을 표방한 盧당선자가 정보기술(IT) 정책에 적극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과학기술부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19% 수준인 기초과학 육성비를 2006년까지 25%로 늘리겠다"는 盧당선자의 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제부·산업부

econo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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