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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다시 30弗 돌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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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5위의 석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의 파업사태가 장기화한 데다 미·이라크 간 전쟁 가능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감산에 들어가기로 한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당분간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겨울철 원유 소비량이 많은 데 비해 공급은 극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올랐나=16일(현지시간)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월 인도분은 배럴당 30.10달러로 마감했다. 이라크 전쟁위기설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2일 이후 2개월반 만에 다시 3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하루 오름폭으론 지난 1월 4일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배럴당 1.66달러 올랐다. 연초보다 57%가 오른 셈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1월 인도분도 런던 국제석유시장에서 1.17달러 오른 28.38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25.71달러로 올랐다.

◇왜 오르나=최근 유가 급등의 원인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제공했다. 노동자들이 차베스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시작한 지난 2일 이후 유가는 12% 급등했다. 베네수엘라산 석유는 세계 최대의 석유소비국인 미국에서 전체 석유 공급량의 9%를 차지한다. 미국까지 수송기간도 1주일이면 된다. 중동산 석유가 미국에 도착하려면 평균 7주 걸린다. 베네수엘라를 대체할 석유를 당장 구하기 어렵다는 게 급등의 이유다.

베네수엘라는 국영석유회사에 이어 최대 제철공장인 시도르도 연료난으로 이날 가동을 중단하는 등 기간산업이 사실상 마비상태다.

여기에 미국이 이라크의 사찰 결과에 결함이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면서 수그러들었던 미·이라크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또 OPEC는 내년 1월부터 하루 산유량을 1백40만배럴씩 줄이기로 결정했다.

◇언제까지 오르나=미국의 원유 재고가 계속 줄고 있어 유가 급등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석유중개상은 "최소한 몇주는 더 재고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석유 현물시장의 가격 상승세도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당장 국내 기름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두바이유값이 지난 10월에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 배럴당 27.75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 문제"라며 "연내에 기름값 인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이정재 기자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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