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105는 감탄할 만한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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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제5보

(89~107)='중앙 행마는 노력이 아니라 재능'이라고 했지만 본보에 와서 그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백의 절단은 악수였으나 그 정도는 별 게 아니었다. 92, 93으로 각각 움직여 나올 때 94로 뚫어 한점을 잡은 것이 진짜 나쁜 수였다.

'참고도1' 백1로 이단젖히고 5까지 이어두면 백도 튼튼했고 승부도 이제부터였다. 王7단이 한사코 백돌을 살려낸 것은 상변 흑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는데 95, 97로 두는 순간 그 맛은 깨끗이 사라졌다. 대신 백돌은 불길한 모습으로 엷음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王7단은 그래도 안심하고 있었다. 104까지 무겁게 이어간 모습이 마음에 들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흑은' 참고도2' 흑1로 막아야 하니까 그때 백2로 뛰어 별일은 없는 것이다(검토실에서도 이렇게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평범한 착상을 휙 뛰어넘어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비범한 한수가 등장했으니 바로 105다. 이렇게 진로를 먼저 막은 다음 백이 106에 두어올 때 비로소 107에 막는 수순. 놓여지고 보니 무릎을 치게 만드는데 실전에서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105야말로 조훈현이 왜 강한가를 설명해 주는 한 수였다. 그 한 수에서 천부의 재능이 반짝이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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